대한민국 산업재해 신청 1, 2위를 배민, 쿠팡이 차지했다. 산재사고가 건설, 중공업에서 디지털 일자리로 옮겨갔다. 속도가 극적이다. 2018년에는 배민이 산재 신청기업 91위였는데 4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쿠팡물류센터, 쿠팡이츠로 회사를 쪼갰지만 2022년 각각 2위, 7위, 9위를 차지했다. 산재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예방과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위험한 일자리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깔끔하고 세련된 공장을 가상세계 위에 짓는다. 노동자가 만나는 앱에는 위압적인 기계, 아찔한 높이의 비계, 유해화학 물질은 보이지 않는다. 앱에서 돌아가는 인공지능(AI)은 노동자에게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배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깔끔한 도로화면과 배달료만을 보여준다. 실제 노동자가 달리는 거리에는 수많은 차량, 가파른 내리막길, 미끄러운 맨홀 뚜껑 등 수많은 위험 요소가 있다. 전통적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공장 안 위험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공공의 도로를 공장으로 활용하지만, 도로 위의 위험을 제거할 의무는 지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해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에서도 벗어났다. 산안법이 개정돼 배달기업도 2시간 의무교육 의무가 생겼지만, 이 역시 온라인 2시간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심지어 쿠팡이츠는 보험확인도 안전교육 이수도 없이 일단 일을 시키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다.
물론, 예전에도 인력중개소를 매개로 한 단기 일용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개미라고 적힌 낡은 간판을 걸어놓은 인력회사를 새벽에 직접 찾아가 일감과 봉고차를 기다렸다. 이런 전통적 인력중개 사업은 시공간의 한계를 가진다. 플랫폼기술은 이 한계를 부숴버려 손쉽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앱을 깔고 서류를 등록한 후 첫 번째 콜을 받을 때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면접도 필요 없다. 배달앱은 플랫폼 노동자가 될 시민들에게 운동하듯이, 배달경험 없어도 일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자동차 1종 보통면허만 있으면 오토바이를 몰 수 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 없는 사람도 배달할 수 있다. 수십만 명의 초보 노동자들은 깔끔해 보이는 디지털 공장으로 들어왔다가 일을 배울 선배도 없이 지옥의 도로를 달리다 사고가 난다.
소름 돋는 사실은 우리가 산재 신청 노동자 숫자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배달대행사 소속 노동자들은 얼굴 보고 일하는 사장의 눈치를 보다 산재를 포기하기도 한다. 산재 신청을 얘기했다가 협박을 당했다는 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산재가 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로 일을 시키는 사장도 있다. 배달업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가 2시간 안전교육을 했는지 보험은 확인하고 일을 시키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배달대행사들은 40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고, 대부분의 배달은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가 수행한다. '산재 신청 1위 배민'이라는 통계가 무서운 이유다.
며칠 전 지역의 30대 배달노동자가 첫 출근 날 사망했다. 노동자의 장례를 멈추기 위해서는 무법천지인 배달기업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