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안 끝났는데 검찰이 방통위 압수수색...상당히 이례적인 일"

입력
2022.09.26 09:51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
"유독 TV조선 재승인 점수 관련 감사원·검찰 조사"
"심사위원 및 방통위 직원 점수 조작?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이중 조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26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며, 기관통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광석화라고 표현해야 할 듯하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 상임위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감사원이 방통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아직 방통위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8월 26일까지 감사원 감사가 사실상 종료됐는데, 9월 20~23일까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구두 통보한 상태로 감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3일 2020년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고의로 점수를 낮게 줬다는 의혹 관련 방통위를 압수수색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 민간인 신분인 당시 심사위원들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 6월 방통위 감사에 착수했고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일부가 TV조선에 심사점수를 낮게 준 정황을 포착,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임위원은 감사원과 검찰의 '이중 조사'를 강조했다. 그는 "최후 통보하기 전에 감사원 감사내용을 가지고 기관과 기관이 조정하는 국면이 있다. 방통위도 소명해야 되기 때문에 감사절차에 포함돼 있다"면서 "그런데 감사원의 결과를 통보받기 전에, 그 절차를 진행도 하기 전에 (감사원이) 참고 자료를 검찰에 넘겨 16일 만에 압수수색이 들어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2008년에 만들어져서 종편 승인이 2014년, 2017년, 2020년 세 차례에 걸쳐서 있었는데, 유독 TV조선 관련해서 점수가 이상하다라는 내용으로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며 "뭔가 다른 하고자 싶은 내용이 있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거다"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혹제기"라고 말했다.


"방통위 직원들 점수 조작? 불가능하다"

김 상임위원은 감사원과 검찰이 총구를 겨누는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어떻게 조작이 가능하겠는가"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TV조선은 지난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1,000점 가운데 653.39점을 받았다. 하지만 중점 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만점(210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4.15점을 받았고, 방통위는 이를 근거로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내렸다. 재승인 기준은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이지만, 중점 심사사항에서 배점이 50%에 미달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거부된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당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게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방통위가 발행한 '2020년 상반기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 재승인 백서'에 따르면 당시 TV조선 대표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공정하지 못하다, 편향적이라고 하면 저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이 끊임없이 끈을 놓지 않고 개선하고 시정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재승인 심사 결과에 수긍하는 듯한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김 상임위원은 '2020년 3월 19일 밤 11시 58분부터 3월 20일 오전 9시 44분 사이에 코바코 연수원 내 불상의 장소에서 방통위 공무원들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졌다고 검찰이 밝혔는데 어떻게 해석하는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관련 공무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참고로 재승인 당시 TV조선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고,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용한 것으로 속기록상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겼는데 나중에 방통위 직원들이 다시 수정 조작할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TF 방통위 직원 12명이 나가서 심사위원회 심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12명이 있는데 어떻게 그 안에서 뭔가 이루어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수사의 최종 지향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이라 보는가'라는 물음에 "꼭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한 위원장을 그만두게 하는 프로세스는 그대로 진행이 될 것이고, 문재인 정부하에 있었던 각종 위원회나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내지는 소환조사들이 있는 것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있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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