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때 안전도·안정감이 훌륭했다…그런데 뒷좌석은 흔들거렸다

입력
2022.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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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첫 준중형 SUV 전기차 ID.4 타 보니
보조금 혜택 최대치 노린 '출고가 5,490만원' 
서울 광진구~경기 가평군  65㎞ 왕복 
주행질감 무난, 소음도 적지만 세심함 아쉬워


'5,490만 원.'


우리나라에서 5,500만 원 미만 순수 전기차에 주어지는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게 책정된 출고가는 꼼수일지, 신의 한 수였을지 따져 보고 싶었다. 보조금 혜택을 받았을 때 4,000만 원대에 살 수 있는 폭스바겐의 첫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 얘기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가 사실상 양분하던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 보겠다며 폭스바겐이 내세운 ID.4는 사전 예약만 3,500대를 넘기며 관심이 뜨겁다. 22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에서 출발, 경기 가평군 한 카페까지 약 65㎞를 운전했다. 인테리어 등 차량 내부 설계는 만족스러웠다. 유럽인 체구를 고려한 듯 앞뒤 좌석 모두 널찍하게 설계됐고, 옅은 갈색(플로렌스 브라운) 바탕의 검은색 아트벨루어(ArtVelours) 소재 시트도 고급스러웠다. 무엇보다 스티어링휠 바로 뒤 5.3인치 스크린이 계기판을 대신해 심플함을 더했다.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펼쳐진 실내 디자인


주행 질감도 꽤 안정적이다. 강변북로를 달릴 때 창문을 닫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바깥 소음은 물론 바람 소리도 거의 없었고, 교통량이 늘어난 구간에선 차간 거리 및 차로 유지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이 무리 없이 작동, 안전 운행을 도왔다. 운전자가 일정 시간 스티어링휠(운전대)을 놓거나 반응이 없을 때 주행을 멈추고 위급 상황을 주변에 알리는 기능인 '이머전시 어시스트'는 안전도를 한층 높였다.

'D'(드라이브)와 'B'(브레이크) 두 가지 주행모드 특징도 뚜렷했다. D모드는 내연기관 차를 탈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줬고, B모드에선 감속이나 제동 시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이 활성화돼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속도가 확 줄었다.



뒷좌석 탑승감·가속력 등 아쉬움



뒷좌석 승차감이 불편한 점은 참고 사항이다. 가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구간 운전자를 교대, 뒷좌석에 앉아 보니 흔들림이 완충되지 않은 탓인지 다소 어지러웠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시승 행사 참가자들이 휴대폰을 쓰거나 노트북을 꺼내 간단한 업무를 보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 자체는 편리했지만, 충전 중인 휴대폰이 차량 움직임에 따라 흔들릴 경우 디스플레이에 '모바일 장치를 충전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시시때때로 노출돼 되레 내비게이션 이용을 방해하기도 했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도 다소 아쉬웠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까지의 도달 시간)'은 8.5초로, 5초대의 타사 전기차에 비해 뒤처졌다.

약 3시간가량 운전한 결과 전비는 킬로와트시(kWh)당 6.3㎞였다. ID.4엔 82kWh 배터리가 들어있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복합 405㎞, 도심 426㎞, 고속 379㎞란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2인 이하가 이용하기엔 넓고 쾌적한 '가성비 전기차' 임엔 분명하지만, 뒷좌석 탑승감 등을 고려했을 때 3인 이상 가족은 시승 등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 구매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