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튀어나오는데…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인한 ‘갑상선눈병증’ 탓?

입력
2022.09.23 23:20
[전문의 건강 칼럼] 백세현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


눈이 다른 사람보다 돌출되었다면 가장 먼저 ‘갑상선눈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갑상선눈병증은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눈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경미한 눈꺼풀 뒤 당김 증상만 나타나기도 하지만 심하면 안구 돌출, 안구 근육 비대로 인한 복시(複視) 등이 생기기도 한다. 염증으로 인해 안구 근육과 지방 비대가 심하면 시신경이 압박돼 ‘압박시신경병증’으로 시력이 소실될 수 있다.

◇40ㆍ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자가 면역에 의한 안와(眼窩) 조직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는 환자의 25~50%에서 갑상선눈병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갑상선눈병증도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중증 갑상선눈병증은 남성 환자가 더 많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40대와 60대이며, 진단 나이는 평균 43세로 보고되고 있다.

갑상선눈병증은 외모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키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환자 대부분은 진단 시 갑상선항진증 상태이지만,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거나 저하증일 때도 있다.

발생 시기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먼저 온 후 1년 내 갑상선눈병증이 올 때가 가장 많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눈병증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으며, 갑상선눈병증이 먼저 오고 난 후 갑상선기능항진증이 1년 내에 오는 경우도 있다.

◇방치하면 시력 저하, 심하면 수술 치료해야

갑상선눈병증은 초기 6~18개월에 악화된다(활동기). 이후 6~18개월 증상이 유지되다가(유지기) 이후 6~18개월에 걸쳐 점점 호전된다(회복기). 환자 대부분은 심각한 합병증 없이 회복되므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는 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병 진행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하면 점점 병이 진행돼 안구 주위 근육과 지방 비대가 심해져 시신경이 압박으로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만약 갑상선눈병증이 활동기라면 증세에 따른 보존 치료를 먼저 시행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면 안약 점안 같은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고 활동기로 진행하면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나 경구 약 또는 주사 치료, 방사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시신경병증이 발생하면 안구 주위 압력을 낮춰주는 안와 감압술을 시행할 수 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수술해도 후유증 남아

안구 주위 근육에 염증이 심해 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되면 안약ㆍ주사ㆍ방사선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에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되지 않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약(테프로투무맙)이 개발돼 임상시험 중에 있다.

이 약은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수용체를 억제하는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2017년 임상 2상에서 갑상선눈병증 관련 안구 돌출을 의미 있게 감소시켜 획기적인 치료제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20년 1월 갑상선눈병증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갑상선눈병증이 초기라면 경구 약이나 주사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해도 후유증이 남을 때가 있다. 특히 흡연은 갑상선눈병증 진행과 관련된 중요한 인자로 밝혀져 갑상선눈병증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