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악성 임대인들이 떼먹은 전셋돈이 5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그간 무리하게 갭 투기를 벌였던 다주택자들의 보증금 '먹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 이 같은 전세 사기 문제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HUG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를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대위변제한) 전세 보증금은 7월 말 대비 543억 원 증가한 7,818억 원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7개월간 늘어난 변제금액이 699억 원이라는 점에서 한 달 동안 이례적으로 급증한 셈이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수도 한 달 동안 10명 늘어나 213명에 달했다. 이들이 HUG에 갚아야 할 돈만 6,704억 원이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쉽게 말해 악성 임대인을 이른다. 세입자에게 전셋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위변제한 내역이 3건 이상이며 △연락 두절 등 상환 의지가 없거나 △최근 1년간 상환 이력이 없거나 △HUG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2억 원 이상이거나 △기타 관리가 필요한 다주택자가 해당된다. 실제로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1조7,276억 원)의 45.3%가 악성 임대인이 떼먹은 전셋돈이었다.
악성 임대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총 6,769가구다. 1인당 약 32가구를 갖고 있는 셈으로, 이들 중 최다 주택 소유자는 646가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셋돈을 가장 많이 떼먹은 임대인은 290가구를 보유한 A씨로 HUG가 변제한 금액이 578억 원에 달했다. 이 중 489억 원은 아직 갚지 않았다.
이들 다수는 갭 투기꾼이다. 이들은 세입자를 끼고 매매가와 전세가 간 차액이 적은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추후 집값이 하락하면 보증금만 챙겨 잠적하는 수법을 주로 쓴다. 실제로 HUG는 지난 5월 갭 투기로 전셋돈을 떼먹은 악성 임대인 3명을 고발했는데, 이들이 챙긴 보증금은 총 669억 원이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높은 '깡통 전세' 현상으로 인해 전세 사기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83.1%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80%가 넘으면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
조 의원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 예방과 악성 임대인과 채무자 등의 보증금지 대상 확인, 보유한 예적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 확보를 위해 HUG에 관련 권한을 주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