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에 대해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의 비속어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일컬은 것이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질책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참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하겠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순방 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며 "또 다른 길을 찾아서 헤매어 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 발언이 '바이든이'가 아닌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 "'국회'라는 발언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막말 외교 참사는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동맹과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정도의 심각한 사건"이라며 "단순한 망신을 넘어,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짓말은 막말 외교참사보다 더 나쁜, 국민이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또한 낯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 수석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에게 갈 화살을 대신 맞겠다는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그러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대통령을 더 깊은 늪으로 끌고 들어가셨단 점은 알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문제였고, 김 홍보수석은 이를 눈덩이처럼 더 불려놨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후속 대책으로 박 장관 해임 건의안까지 거론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고, 박 장관에 대한 경질이라든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을 묻는 방안에 대해서 "예를 들어 장관 해임 건의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