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속어 우리 국회 겨냥?…글로벌펀드 예산 따져보니

입력
2022.09.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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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페이스북에 글로벌펀드 국회 협력 당부
기부금 2500만→1억 달러···예산 증액 불가피
해외여행 위축에 재원 줄어···미국도 기부금↓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공개된 비속어 논란에 대해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향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글로벌펀드는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각국 정부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등 민간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펀드에 참여해 왔고, 내년 예산에도 기부금을 편성해 놓았다.

3년간 1억 달러···기존 기부금 네 배

이번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와 민간기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42억5,700만 달러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도 펀드가 처음 조성된 2001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했고, 2020~2022년엔 2,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1억 달러(약 1,409억 원) 지원 약속은 앞으로 3년간 지원 규모를 지금의 네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 협조를 언급한 것은 정부가 이미 제출한 예산으로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탑승객을 대상으로 1인당 1,000원씩 걷는 ‘출국납부금’에다 정부 출연금을 보태 마련하는 국제질병퇴치기금 일부를 글로벌펀드 재원으로 삼는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글로벌 국제질병퇴치사업에 233억 원을 편성했는데, 이 예산으로 글로벌펀드 외에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다른 국제협력기구에도 기부해야 한다. 글로벌펀드에 연간 469억 원(1억 달러의 3분의 1)씩 지원하려면 예산이 적어도 600억~700억 원은 돼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 회복이 지연되면서 출국납부금 걷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021년 회계연도 결산 예비심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국제질병퇴치사업 예산 255억 원 중 97억 원을 글로벌펀드에 배정했는데, 재원 부족으로 한 푼도 기부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이 2021년보다도 적은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이 60억 달러 기부… 규모는 줄였다

글로벌펀드가 최근 공개한 ‘공약 및 기부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2020~2022년 81억8,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7월 20일까지 47억7,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밝힌 기부 규모(60억 달러)는 최근 3년간 기부액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예산이 늘어나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한국 사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