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걸그룹 신인상의 트로피는 누구의 품으로 향할까. 연말이 시상식 시즌이 성큼 다가오면서 신인상을 둔 걸그룹들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신인상의 경우 데뷔 년도에 단 한 번만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고, 수상의 기회 역시 그 때 뿐이라는 점에서 트로피를 둔 각 그룹들의 경쟁은 더욱 뜨겁다.
특히 올해 국내 가요계는 '4세대 걸그룹 대전'이라는 수식어를 빼놓고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인 걸그룹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만큼 신인상의 주인공에 대한 국내외 음악 팬들의 궁금증은 더욱 큰 상황이다. 신인상 수상을 두고 격전을 벌이게 될 그룹들이 모두 다른 해에 데뷔했다면 당해 신인상 '올킬'은 따놓은 당상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질 정도로 전례없는 성과를 남긴 만큼,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경쟁이 예고된다.
현재 올 연말 신인상 수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룹은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케플러 등이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데뷔 이후 연타석 히트를 성공시키며 강력한 입지를 굳힌 팀은 아이브다. 지난해 12월 데뷔곡 '일레븐'으로 데뷔한 이후 팬덤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견인하며 존재감을 알린 아이브는 지난 4월 '러브 다이브'로 초동 기록 2배를 뛰어 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음원·음반 모두 고른 호성적을 거뒀다.
정점을 찍은 것은 '애프터 라이크'였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는 발매 일주일 만에 음원 사이트 1위를 꿰찬 것은 물론 음반 판매량은 무려 108만1,201장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며 놀라운 행보를 이었다. 전작인 '러브 다이브'가 음원 차트 장기 집권 중인 상황에서 '애프터 라이크'까지 잇따른 히트에 성공하며 아이브는 신인을 넘어 걸그룹 시장에서도 강자로 꼽힐 만한 존재로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아이브가 이러한 호성적에도 '신인상 올킬'을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는 못지 않게 쟁쟁한 그룹들의 등장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섭게 아이브의 뒤를 쫓고 있는 팀은 뉴진스다. 지난 8월 데뷔한 뉴진스는 이제 갓 데뷔 2개월 차 신인으로 신인상 경쟁 그룹 중 가장 데뷔 시기가 늦은 편이지만 기세만 놓고 보자면 여느 그룹 못지 않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론칭한 뉴진스는 일명 '민희진 걸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데뷔 전 쏠린 관심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들의 트렌드에 반(反)하는 음악 스타일과 콘셉트를 내세운 뉴진스의 등장이 K팝의 판도를 완전히 흔들어 놓은 것이다. 자연스럽고 청량한 이미지로 무장한 뉴진스의 음악에 대중은 열광했고, 이는 곧 음원과 음반 성적으로 이어졌다.
뉴진스의 첫 번째 타이틀 곡 '업텐션'이 멜론 주간, 일간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최근 6년 동안 발표된 아이돌 데뷔곡 중 해당 차트 1위에 오른 곡은 '어텐션'이 유일하다는 것만 봐도 이들이 세운 기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음반 판매량 역시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신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이들은 초동 31만1,271장을 팔아치우며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1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아이브와 뉴진스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그룹들은 다수다. 데뷔 이후 전 멤버 김가람의 학폭 이슈로 홍역을 치뤘지만 여전히 굳건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르세라핌과 엠넷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통해 발탁된 데뷔조 케플러 역시 신인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두 팀 역시 데뷔 이후 국내외 음원 차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방송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신인답지 않은 행보를 이어왔던 만큼 팬들의 기대가 이어지는 중이다. 르세라핌과 케플러 모두 올 하반기 컴백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이들의 컴백 성과가 신인상 수상을 가르는 새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