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ICK] '인생은 아름다워', K-뮤지컬 영화의 미래

입력
2022.09.25 08:44
'인생은 아름다워',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의 무게
어색함 없는 연기·노래·춤의 조화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고 대사 대신 노래로 마음을 전달한다. 많은 한국 관객들은 아직 이러한 뮤지컬 영화들을 낯설어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이 작품은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 그리고 마지못해 그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플릿' '국가부도의 날'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맘마 미아!' '라라랜드' 등 배우의 열연과 춤, 노래가 시너지를 내는 여러 해외 작품들이 영화 마니아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왔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중에서는 이런 시도를 한 영화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중의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쏠린 이유다.

어색함 없는 연기·노래·춤의 조화

베일을 벗은 '인생은 아름다워'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주연 배우 류승룡과 염정아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믿고 보는 배우'의 위력을 과시했다. 노래와 춤을 직접 소화한 이들의 모습에서 어색함을 찾긴 어려웠다.

신중현의 '미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유열의 '이별이래',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에코브릿지·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등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곡들이 작품을 채웠다.

배우들이 부른 노래는 대사 그 이상의 감동을 전달했다. 슬픔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부르는 히트곡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신나는 노래와 군무는 유쾌함을 선사했고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의상 등은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휴게소, 집 등 다양한 장소가 공연 무대가 됐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관람한 관객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영화 속 음악에 대한 후기를 전했다. "음악들도 좋고 배우들이 노래도 잘 불렀다" "극에 감동을 더 선사했다" 등의 글은 이들의 만족감을 보여줬다. 시사회 현장에서는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의 여운 탓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K-뮤지컬 영화의 미래

'인생은 아름다워' 이전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고 손이 많이 간다. 이런 걸 하셨던 안무 감독님, 촬영 감독님이 계시고 노하우가 생긴다면 기술력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데 뮤지컬은 생소한 장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인생은 아름다워' 팀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단다. 그는 "다음에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팀이 우리의 시행착오에 대해 듣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을 듯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K-뮤지컬 영화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음악 중에 정말 좋은 게 많다. 춤꾼이 더 많은 뮤지컬 영화가 나와도 좋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창작자 중 이러한 장르의 작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우리 작품이 잘 된다면 뮤지컬 영화들이 또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여성 원톱 작품이 인기를 끌고 신선한 소재의 극장가를 채워나가는 등 한국 콘텐츠는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K-드라마, 영화의 발전을 가져오는 새로운 물결이 되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