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본론부터···'성과주의' 이재명이 바꾼 민주당 회의 풍경은?

입력
2022.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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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도입되는 이재명식 '성과주의'
당내에선 "신선하다"... 일각에선 우려도

"업무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하고, 현안 중심으로 이야기합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렸던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그간 관행처럼 했던 지역별 구두보고를 과감하게 생략한 것.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장은 21일 "이 대표가 '꼭 해야 할 이야기 중심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덕분에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재명식 회의는 "바로 본론으로"

최근 이 대표가 주관하는 민주당 회의의 풍경이 바뀌었다. 관례적인 절차는 크게 줄어들고, 곧장 핵심 사안을 논의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는 이 대표가 지자체장 시절부터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던 '성과주의'을 당에도 적용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 체제 이후 공개 최고위원회의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모두 발언을 한 뒤 곧장 비공개로 회의를 전환했지만, 최근에는 이 대표가 주도하는 '현안 토론'이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 19일 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 감세'를 막아야 한다며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에게 공개적으로 "어떻게 (의견을) 정리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성과주의' 토론에 당내 반응도 긍정적

이는 '성과가 있으면 곧장 드러내야 한다'는 이 대표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난 것이다. 지도부 입장이 결정된 사안이라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한 최고위원은 "공개 가능한 현안이라면, 지도부가 토론하는 과정도 보여주자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며 "격식을 따졌던 기존의 정치문법을 따르지 않고, 핵심적인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이재명식 회의'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회의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굉장히 싫어하더라"며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할 때에도 의례적인 대화 대신, 현안과 관련된 토론에 곧바로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 대표 찬양 일색인 것은 아니다.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하기에, 신중히 약속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성격 탓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회의를 속도감있게 하더라도, 정작 피드백은 느리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서영교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최고위에서 "내년도 예산에서 군 장병 전투화 310억 원을 삭감했다"고 발언해 촉발된 '군장병 의복 예산 삭감' 논란처럼 공개 토론이 되레 불필요한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군 예산을 얘기했던 것에 착오가 있었다"고 정정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