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현안을 주도할 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무 당정협의체로 정부와의 소통도 강화할 참이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간 정책 조정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곤 했던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야당에 가려진 '일하는 여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첫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중요한 민생(관련 사안)들은 주로 정책과 예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게 "우리가 국정을 주도한다는 생각으로 부처의 중요 정책이나 현안, 예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모든 현안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고위 당정협의회가 예정된 25일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으며 "다뤄질 현안도 상임위별로 미리 정리해서 달라"고 요청했다.
적극적인 정책 홍보도 촉구했다. 아울러 "여러 당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법안이나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선정한 ‘22대 민생법안’을 열성적으로 국민에게 알리며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눈에 띄는 정책이나 내세울 법안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법안 '네이밍'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과 실무 당정협의체 구성도 약속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예방한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가 "고위 당정협의회는 있는데 실무자 모임이 없어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협의체 구성을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 △노란봉투법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데, 실무 당정협의체를 그전에 구성해 관련 내용을 사전에 조율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 소통 강화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실무차원의 당정협의 채널이 없다 보니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다루는 정책 이슈가 주목받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가 여당 측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곤 했다. 반대 여론이 거셌던 '취학연령 하향'은 물론, 윤 대통령 임기 초 핵심 정책이었던 '경찰국 신설' 역시 여당과의 사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전날 경선에서 확인한 충격파를 흡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쟁자인 이용호 의원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득표를 얻어 '주호영 견제 심리'가 표출된 만큼 '정책 경쟁'이란 정공법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는 여당으로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생활을 돌보는 일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