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을 특수 용기에 넣어 퇴비로 만드는 친환경 유해 처리 방식이 미국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간의 몸을 '일회용품'으로 여긴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화장이나 장지가 필요한 일반 매장과 달리 자연에 조금의 해도 끼치지 않아, 퇴비 처리 방식을 옹호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18일(현지 시간)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오는 2027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퇴비화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는 △워싱턴 △콜로라도 △버몬트 △오리건에 이어 인간 퇴비화를 합법화한 미국 내 다섯 번째 주가 됐다.
인간 퇴비화는 시신을 나뭇조각과 짚, 약초로 가득 찬 상자 안에 넣고 약 30일간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체를 방부 처리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장 등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인 유해 처리 방식이다. 땅속에 시신을 묻는 일반 매장도 한정된 토지 문제로 후세에 부담을 안겨준다.
법안 처리를 주도해온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유해를 퇴비로 처리하면 1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대도시의 토지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여론도 있다. 특히 종교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캘리포니아 가톨릭 협의회는 인간 퇴비화가 “인간의 몸을 일회용품으로 만든다”며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존경과 보살핌의 보편적인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간 퇴비화를 전문으로 하는 시애틀 장례식장 ‘리턴홈’의 설립자 미카 트루먼은 "최근 몇 년 동안 인간 퇴비화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퇴비화 과정이 끝나면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유해를 처리하도록 반환한다고 전했다. 흙이 된 유해를 돌려받은 가족들은 대개 나무나 꽃을 심거나 바다에 뿌렸다.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다. 트루먼은 "흙으로 돌아간 유해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퇴비화 과정에 드는 비용은 약 5,000~7,000달러(약 694만~972만 원) 정도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장례 비용인 매장(약 7,225달러)이나 화장(6,028달러)보다는 다소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