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변 맴돌던 배달 로봇, 처음으로 횡단보도 건너 호수공원까지 갔다

입력
2022.09.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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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배민 배달 로봇, 광교호수공원 배달 시작
배달 로봇, 처음으로 도로교통법 적용 공공장소 진출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만 갈 수 있었던 배달 로봇의 활동 범위가 공공장소인 공원까지 넓어졌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실내외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까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2020년 9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배달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지 2년 만이다.

2020년 8월부터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이 광교 주상복합 아파트 앨리웨이 상가 점포에서 ①같은 아파트 1층 공동현관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②지난해 12월부터 고객 집 앞까지 접근한 데 이어 ③이번에는 공공장소인 상가 건너편 호수공원까지 갈 수 있게 된 것.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 공공장소인 호수공원까지 배달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작한 로봇배달 서비스는 광교호수공원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한 뒤 배민 앱에서 주문하면 호수공원 내 마당극장 입구, 진입 광장, 잔디 구역 테이블에서 물건을 받는다. 앨리웨이에 입점한 14개 가게에서 최대 6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15분 안에 로봇이 가져다 준다.

현재 국내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배달 로봇은 차도나 보도, 횡단보도에서는 운영할 수 없고, 녹지공원법은 중량 30kg 이상 로봇은 공원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우아한형제들은 2년 전 ICT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받고도 여러 관계 기관들과 추가로 논의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횡단보도 건너는 사안은 경찰청과 논의하고, 공원 진입은 관리 주체인 수원시와 협의했다"며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 만큼 안전 문제에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1층 배송→사물인터넷으로 집 앞 배송→공공장소 배송까지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8월부터 광교 앨리웨이에서 국내 최초로 단지 내 식당과 주거지를 오가는 실외 배달 로봇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자율 주행 기술 수준을 높이며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처음 각 동 1층이나 야외 테이블에 배달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집 앞까지 배송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광교 앨리웨이 각 가구에 나눠 준 QR코드를 통해 배달 로봇이 각 가구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했다.

특히 공동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를 열고 닫는 문제는 사물 인터넷 기술(IoT)로 해결했다. 배달 로봇이 주문자의 아파트 동 입구에 들어서면 HDC랩스의 홈 IoT 서버와 연동해 1층 공동 현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했고, 아파트 안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 관제 시스템과 연결해 엘리베이터를 불러 탄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배달 로봇이 인식할 수 있는 지형물이 적은 공원까지 배송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주행 방식을 고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로봇이 내장 카메라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주변 지형물을 확인하면서 파악했다"면서 "반면 공원처럼 주변에 지형물이 없는 곳에서는 위치 파악을 정확히 하기 어려워 이동 거리 내에서 로봇이 얼마나 주행했는지 계산을 해 가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자율 주행 기술를 고도화함에 따라 2020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광교 앨리웨이의 배달 로봇 6대는 주문 1만 건을 소화하며 누적 주행거리 1,450㎞, 이용 고객수 830여 명에 달했다고 우아한형제들은 밝혔다.

세븐일레븐도 4분기 서울 강남과 서초의 3개 점포에서 한 점포당 3대씩 최대 500m까지 배달 로봇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로봇 운영에 있어 각종 규제는 여전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로 분류돼 주행하는 동안 '운전자'의 역할을 하는 현장 요원이 동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장 요원이 로봇 배달에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직 배달 로봇이 차도나 인도 중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교통체계를 따라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고 관련 논의도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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