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친환경 경제활동'... K택소노미에 포함키로

입력
2022.09.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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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공식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K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 경제활동인지 규정하는 국가적 지침으로, 녹색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사용된다. 원전이 K택소노미에 포함되면 관련 사업들이 친환경 투자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원전, K택소노미 안으로

환경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의 경제활동 부분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K택소노미 속 원전 경제활동을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RD&D)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운전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원자력 핵심 기술 연구·개발·실증에는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존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고저항성핵연료(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전 해체 등 원전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 해당되는데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녹색 부문'으로 분류했다. 이 부문 활동은 정해진 기한 없이 K택소노미에 포함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택소노미에 포함된 사업들은 녹색 채권 등을 발행해 사업 자금 공급이 원활해질 수 있다.

반면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으로 분류했다. 이는 친환경은 아니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과도기적 활동으로, 한시적인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전환부문은 2045년까지 허가받은 설비만 K택소노미에 포함돼 한시적인 혜택만 받게 된다.

또 전환부문은 안전성 확보와 환경피해 방지를 위해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원전 신규건설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 및 실행 담보할 법률 제정 △최신기술기준 및 ATF 적용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보유 △에너지 1kWh(킬로와트시)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100g 이내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원전해체비용 보유 등의 조건이 제시됐다.

원전 계속운전도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2031년부터 ATF를 적용해야 하는 점만 다르다. 2031년은 국내 연구개발 일정상 ATF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기로, 도입 촉진을 위해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 될 것"

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으나, 9개월 만에 '포함'하는 것으로 입장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 최근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유럽연합(EU)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EU는 원전이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는 측면을 반영해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면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원전 산업에 녹색 투자가 이뤄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이번 K택소노미 포함에 따라) 원전 산업에 녹색 자금이 공급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면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을 바탕으로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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