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박해수, 스스로를 멸치에 비유한 이유 [인터뷰]

입력
2022.09.21 10:17

배우 박해수는 스스로를 멸치에 비유했다. 인생에 물살이 찾아오면 때로는 흐름에 휩쓸리고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했단다. 물론 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물살을 잘 타는 일도 지혜로워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고래가 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박해수는 20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대 없이 준비한 에미상 소감

박해수는 최근 '오징어 게임'에서 함께 활약했던 이들과 함께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찾았다. 그는 남우조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박해수는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차지해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에 대한 기대는 사실 많이 안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수상 소감은 준비돼 있었다. 박해수는 "어머니께서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소감을 손으로 써주시기도 했다. '잘 번역해 봐라' 하셔서 옷에 넣어뒀다"고 했다. 준비된 소감에는 K-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박해수는 "K-콘텐츠와 함께 성장할 수 있어 기쁘다는 말이 중심이었다. 한국 시청자분들한테 감사하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해수의 고민

에미상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는 '수리남'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이 작품에서 최창호(박해수)는 구상만인 척 전요환(황정민)에게 접근한다. 박해수는 구상만을 연기하는 최창호를 연기해야 했다. "전요환에게 의심을 살 정도로 과한 모습이면 안 됐다. 최창호가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고 있을지 생각해야 했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적정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종빈 감독은 지나칠 만큼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기보단 배우가 편하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게 해줬다. 박해수는 전요환을 추적하는 최창호를 움직이는 원동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분명히 사명감이 있었을 거다. 수년간 쫓아온 사람에 대한 집착도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완성된 작품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에 기쁨을 느끼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대사인 "식사는 잡쉈어?"가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주실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정우·황정민과의 호흡이 더한 의미

박해수는 '수리남'이 평소 좋아하던 배우들인 황정민 하정우와 호흡을 맞출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자신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선배님들처럼 작품 자체를 끌고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것도 배웠다"고 전했다. 박해수는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 "너무 유쾌하고 재밌으셔서 현장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뵙기 전 기대도 많이 하고 떨렸는데 처음 만나고 바로 장난을 치시더라. 친해졌다"고 말했다.

황정민이 갖고 있는 에너지 자체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박해수는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황정민이 출연한 연극 '오이디푸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대를 다 채울 수 있는 긴 대사들을 끊이지 않는 호흡으로 이어가려면 엄청난 노력, 에너지가 존재해야 한다. 그걸 촬영 현장에서도 가감 없이 너무 확실하게 표현해 주셨다. 대면 신 자체가 배우로서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고래로 거듭날 박해수

잘 만든 K-콘텐츠를 통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일이 많다. 박해수는 "해외에서도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목표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먼저 이룬 선배들의 뒤를 이어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의 옷을 벗은 인간으로서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단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고래로 거듭나길 응원하는 중이다. 고래가 되길 바란다며 이 동물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선물해 준 이도 있었단다. 박해수는 "좋아하는 배우 형한테 큰 물살이 올 때 그 물살을 타냐고 물었다. 그 형은 '탈 수 있을 때 타'라고 했다. 잘 타는 것도 지혜로운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물결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는 게 물결이 되고 물살이 될 수 있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고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래가 된 박해수가 높일 K-콘텐츠의 위상에도 기대가 모인다.

'수리남'은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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