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 독재 정권에 공급한 드론이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남아 독재 정권들은 "보안용"이라고 반박하지만, 중국산 드론이 캄보디아 시위나 미얀마 반군 공격 현장에 등장하는 등 그 정황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프놈펜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전날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중국계 카지노 회사의 불법 해고 항의 시위 현장에 중국산 드론을 띄웠다. 해당 드론은 중국이 개발한 얼굴 인식 시스템이 장착된 기종으로, 현장에서 시위주도자와 인권활동가의 동선과 활동 정황 등의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 출현한 드론은 중국이 2013~2015년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을 표방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 50개국에 보급한 디지털 보안 감시 패키지의 일부다. 캄보디아는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폐쇄회로(CC) TV 1,000대도 추가로 공급받아 주요 반정권 인사 활동 지역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싱크탱크 ASD의 린제이 고먼 연구원은 "자체조사 결과, 드론 등 중국산 장비와 시스템이 축적한 정보는 캄보디아 반정권 세력의 기소를 위한 증거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드론은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해 4월 만달레이시에서 진행된 반군부 집회 감시를 위해 중국산 드론을 처음 사용했다. 또 사가잉주(州)에 드론을 띄운 뒤 확인된 반군 집결 지점에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발사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에도 샨·친·카야주 등에서 드론을 활용한 반군 소탕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유지를 위해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산 드론은 보안 및 범죄·교통법규 위반을 감시하기 위해 운용될 뿐"이라며 "반정권 인사 탄압에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드론을 통한 사회질서 유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현 감시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미얀마 군부 역시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군부 관계자는 "테러리스트(반군부 세력) 색출과 처리를 위해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는 것은 군사적 관점에서 꼭 필요한 행위"라며 "향후 드론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국영기업 항공우주과학기술이 제작한 드론 12대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