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차 영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에 앞서 전날 계획했던 참배 일정을 취소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양국 사이에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국가 차원의 중요한 행사인만큼 보다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다.
18일 오후 3시 40분쯤 런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참배하고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교통체증 탓에 오후 6시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리셉션에만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을 기리는 기념비 헌화 일정도 취소됐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조문외교 현장에서, 우리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길이 막혀서' 어그러진 모양새다. 일정이 있던 장소들은 모두 런던 시내 한복판으로, 입국 장소인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60㎞ 이상 떨어진 데다가 운집한 조문객 때문에 진입로 곳곳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3개 일정을 소화하기엔 무리였다. 대통령실,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은 이런 상황을 미리 감안해 일정을 짰어야 옳았다.
200개국 귀빈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례식에 비해, 참배는 각 정상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조문외교의 핵심 행사였다. 대다수 다른 국가 정상들은 조문에 참석했기에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참배 취소는 영국 당국이 여러 사정을 감안해 안내한 바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교롭게 출국 직전 태풍이 예고돼 윤 대통령이 최대한 상황을 챙겨야 했고, 각국 정상 입국이 몰려 현지 공항 착륙 스케줄 조정도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또 영국 정부 및 왕실 관계자들이 공항에 나와 윤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홀대론'을 반박했다. 이해 못할 사정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로 말해야 할 외교와 의전의 미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기간에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하다. 한국 측은 정상회담을 일본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측은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본의 '꼼수'도 있겠지만 우리 측이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이런 일을 토대로 외교 전반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