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를 5개월 동안 스토킹하고 흉기로 위협까지 한 30대 남성을 상대로 경찰이 잠정조치 4호(유치장·구치소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에야 가해자는 구속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달 18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재물손괴, 특수협박 등 혐의를 받는 30대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올해 3월부터 5개월간 피해자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간 혐의를 받는다. 흉기를 사용해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엔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하고 문틈에 흉기를 꽂아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가해자를 최대 한 달간 유치장에 구금토록 하는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이후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A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 신청을 할 당시엔 범행의 반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스토킹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잠정조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잠정조치는 1호(서면 경고), 2호(100m 이내 접근금지), 3호(연락 금지), 4호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잠정조치 4호는 가장 강력한 제재지만 기각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과 법무부로부터 받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잠정조치 신청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275건(55%)이 검찰이나 법원 단계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