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북한에 끌려다닌 학생에 비유했다. 같은 날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첫 공식 발언에서 북한이 일방 파기하고 있는 남북합의의 이행을 윤 정부에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며 “한 교실에서 오직 한 친구(북한)에게 집착한 학생”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이 몸을 앞으로 구부리며 이 말을 했다고 묘사한 걸 보면 작정한 발언으로 보인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엄중해진 남북 현실에 대해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외국언론을 통해 전직을 비판하는 건 보기 드물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해외언론이 이를 호의적으로 바라볼 일도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정치 쇼’로 비판한 과거 발언을 굳이 언급해 논란을 부채질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9·19군사합의 4주년 토론회 축사를 통해 5월 퇴임 이후 처음 정치 현안에 메시지를 냈다. 그는 남북의 9·19군사합의를 비롯한 그간 남북합의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밝혔다. 문 정부의 군사합의를 비롯한 평양공동선언, 판문점선언도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처럼 역사적 합의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남북합의가 껍데기 취급을 받는 이유는 북한의 합의위반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에는 선제적 핵 무력사용을 법에 명시해 9·19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문 전 대통령이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했지만 이런 공세적인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의 메시지는 수긍하기 어렵다.
전·현직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공교롭게 같은 날 공개된 것일 뿐 감정적 충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를 비판하고 자극한다면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정치권과 여론이 이 문제로 갈라져 대립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