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열린 원내사령탑 경선에서 '깜짝 이변'을 연출했다. 당초 '사실상 추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6 대 4의 비등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당무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대해 의원들이 반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108표 중 42표를 얻었다. 61표를 받은 주 신임 원내대표에게 패했지만,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와 비교하면 표차가 60표(권성동 의원 81표·조해진 의원 21표)에서 19표로 줄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주호영 대세론'이 거셌고,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 입당해 당내 기반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이 의원의 돌풍은 주 신임 원내대표와 그를 앞세운 일부 윤핵관 그룹을 향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당헌 개정 등을 다 박수로 추인하면서 몇몇 의원이 당무를 주도하고, 그것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그에 대해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우리 당도 이제는 윤핵관 물을 빼고 새롭게 해야 한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특정 후보 몰아가기'가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의원이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 분위기를 띄우고 일부 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제안하는 등 경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론이 윤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당내 선거를 지시에 따라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윤핵관 그룹의 내부 분화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친윤 그룹이 주 신임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면 '6 대 4'의 결과는 석연치 않다. 반면 이 의원은 한때 친윤계 주축 의원모임인 '민들레'의 공동간사를 맡는 등 친윤계로 분류됐다. 따라서 친윤계의 표가 갈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 신임 원내대표가 이미 한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일부 의원들은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주 원내대표는 적지 않은 당내 견제 심리를 떠안은 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당이 건강하게, 당의 목소리 제대로 내달라는 그런 뜻도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의 득표를 평가했다.
향후 일부 친윤계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공개적으로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론을 띄웠던 권성동 의원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투표 결과를 "'권심(권성동 의원의 의중)'에 대한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용산의 뜻'이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따라왔던 분위기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에 대해 의원들이 많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