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깜짝 돌풍'…'윤핵관' 향한 반발에 몰표

입력
2022.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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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원내대표 경선서 42표 획득
윤핵관에 견제 심리·'몰아가기'에 반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열린 원내사령탑 경선에서 '깜짝 이변'을 연출했다. 당초 '사실상 추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6 대 4의 비등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당무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대해 의원들이 반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108표 중 42표를 얻었다. 61표를 받은 주 신임 원내대표에게 패했지만,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와 비교하면 표차가 60표(권성동 의원 81표·조해진 의원 21표)에서 19표로 줄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주호영 대세론'이 거셌고,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 입당해 당내 기반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윤심' 앞세운 윤핵관 그룹에 견제구

이 의원의 돌풍은 주 신임 원내대표와 그를 앞세운 일부 윤핵관 그룹을 향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당헌 개정 등을 다 박수로 추인하면서 몇몇 의원이 당무를 주도하고, 그것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그에 대해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우리 당도 이제는 윤핵관 물을 빼고 새롭게 해야 한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특정 후보 몰아가기'가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의원이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 분위기를 띄우고 일부 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제안하는 등 경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론이 윤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당내 선거를 지시에 따라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윤핵관 그룹의 내부 분화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친윤 그룹이 주 신임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면 '6 대 4'의 결과는 석연치 않다. 반면 이 의원은 한때 친윤계 주축 의원모임인 '민들레'의 공동간사를 맡는 등 친윤계로 분류됐다. 따라서 친윤계의 표가 갈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 신임 원내대표가 이미 한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일부 의원들은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견제 심리 떠안은 주호영... 친윤 그룹 타격 불가피

결국 주 원내대표는 적지 않은 당내 견제 심리를 떠안은 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당이 건강하게, 당의 목소리 제대로 내달라는 그런 뜻도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의 득표를 평가했다.

향후 일부 친윤계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공개적으로 주 신임 원내대표 추대론을 띄웠던 권성동 의원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투표 결과를 "'권심(권성동 의원의 의중)'에 대한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용산의 뜻'이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따라왔던 분위기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에 대해 의원들이 많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