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으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포스코와 포항시의 '네탓'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시의 하천 정비사업 탓"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포항시는 "포항제철소 건설 때문"이라며 서로 상대방 탓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최근 냉천 범람 원인에 대해 “1998년 태풍 ‘예니’ 때는 힌남노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제철소까지 넘치진 않았다”며 “포항시의 냉천 정비사업 후 하천폭이 좁아지고 물길이 바뀌었다"면서 시의 하천정비 사업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냉천은 이미 49년 전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며 물길이 틀어지고 폭이 좁아졌다”며 “포스코 경영진이 자신들의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시를 탓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8일 ‘포항 침수 피해 점검 및 지원 대책반’을 구성해 포항제철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2명 앞에서 포항시의 냉천 정비사업을 꼬집는 한 방송사 뉴스를 화면에 띄웠다. 곧바로 이어진 브리핑에서도 포스코는 “과거 태풍 예니 때 시간 당 81.3㎜가 쏟아진 힌남노보다 더 많은 93.4㎜의 비가 내렸지만 제철소까지 넘치진 않았다”며 “역대 태풍 중에도 힌남노보다 강력한 태풍이 있었지만 냉천이 범람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몇 의원들이 “포항시의 잘못된 냉천 정비사업 때문에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보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이백희 포항제철소장이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답변을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 뒤로 브리핑을 지켜보던 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시 공무원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졌다. 한 공무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포스코에 민간합동조사단을 운영하겠다고 하니, 이제 와 포항시 탓을 하고 있다”며 “부족한 양수기까지 총 동원해 도와줬는데….”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앞서 지난 15일 포스코는 ‘압연라인 복구집중 체제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제철소 옆을 흐르는 냉천 사진과 함께 ‘포항시가 공원화 사업으로 냉천을 메우면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힌 모습’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또 제철소 바로 앞 냉천교 사진을 첨부하고 ‘포항제철소 방향으로 물길을 바꾼 원인이 됐던 다리’라고 표시했다.
포항시는 2012년 국비 178억 원과 도비 35억 원, 시비 104억 원 등 총 317억 원을 투입해 냉천 고향의 강’이라는 대대적인 하천 정비사업을 벌여 지난해 10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시에 따르면 고향의 강 사업으로 냉천을 더 파내고 중간에 수로를 만들어 수량도 기존 초당 580톤에서 665톤을 처리할 수 있게 증설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냉천 범람은 50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많은 비가 쏟아지고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오는 만조까지 겹쳐 생긴 일”이라며 “포항제철소를 덮친 하류 구간은 49년 전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꺾이고 폭이 크게 좁아진 것인데 포항시 정비사업 탓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과거 자료를 보면 냉천은 과거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며 하천 폭이 줄어들고 물길이 더 꺾였다”며 “포스코도 (냉천 범람에) 유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하류 폭이 좁은 문제가 있는데도 경북도의 하천기본계획 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일부 구간은 현장 조사가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며 “이번 침수 피해를 바탕으로 하천의 법령체제를 정비하고 포스코도 냉천 수해 대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