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단식에 나서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간식 초코파이까지 9년 만에 가격을 인상하는 유례없는 물가고와 주식과 가상화폐 하락 등 투자시장의 몰락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이 극단적 절약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자신의 현재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돈을 쓴다는 이른바 욜로(YOLO)를 추구했던 청년들이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 무지출 챌린지에 나서는 청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무지출 챌린지라는 키워드에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2,300개가 넘는다. 필수 지출(교통비, 주거비 등)을 제외하고 지출을 최소화한 뒤 가계부를 SNS에 올려 인증하는 방식으로 성취를 자랑한다. 17일 연속 무지출에 성공했다는 한 여성은 12봉지에 2만 원 하는 냉동볶음밥(300g)으로 2주간 점심 대용을 했고, 식후 생각나는 커피는 건강관리앱에서 모은 포인트로 결제했다고 성공기를 공유했다. 과도한 소비억제의 반작용으로 돌발적 과소비 욕구가 생기려 할 때면 무지출 가계부를 재테크 게시판에 올려 사람들에게 응원받고 도전을 계속할 동기를 부여받는다거나, 사고 싶은 물건 생각이 안 나도록 일부러 회사 일을 벌인다는 ‘꿀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열광적인 댓글이 따라붙는다.
□ 무지출 챌린지의 유행을 소비뿐 아니라 소비를 억제하는 행태까지 SNS에 노출하는 청년들의 ‘놀이문화’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에 취약한 청년들의 고단한 상황을 반영하는 풍속도다. 소득은 적고(20대는 40대의 58.3%, 2020년) 부채는 많은 20, 30대(전세자금 대출의 57.7% 차지, 2022년 4월) 청년들의 낮은 구매력이 고물가, 고금리 상황과 만나 빚어지는 현상이다.
□ 이 현상을 그나마 아껴쓸 돈이 있는 중산층 청년들의 놀이로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진짜 빈곤층 청년들은 이런 데 동참할 돈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전히 20, 30대는 명품소비의 새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 주요 백화점 명품 구매 구성비 중 20~30대의 비중은 45%를 넘었다. 굳이 극단적 양극화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