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있어 전동화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기조’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많은 브랜드들은 각자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전기차, 전동화 모델은 물론 각종 비전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마세라티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마세라티 역시 마일드 하이브리드 사양인 ‘GT 하이브리드’ 사양을 제시하고 있으며, 향후 순수 전기차 역시 연이어 선보일 것이라는 의지와 관련 청사진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통적인 가치’ 그리고 ‘내연기관의 매력’을 품은 차량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강력한 V8 엔진을 품은 존재, ‘트로페오’가 자리한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기블리의 정점, ‘기블리 트로페오’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체격을 드러낸다.
여느 기블리들과 같은 4,970mm의 전장을 갖고 있으며 각각 1,945mm와 1,485mm의 전폭과 전고를 통해 매력적인 실루엣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외에도 3,000mm의 휠베이스, 그리고 2,095kg의 공차중량 역시 ‘익숙한’ 모습이다.
트로페오의 의지를 드러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블리 트로페오는 ‘기블리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파워 유닛을 품고 있는 차량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외형에서도 거침 없이 드러내는 모습이다.
실제 마세라티 고유의 거대한 엠블럼, 마치 상어를 닮은 듯한 기블리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모델의 요소’를 곳곳에 더했다. 실제 대담한 연출의 디테일, 그리고 카본파이버 패널 등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곡선의 차체는 여전히 대담하고 매혹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21인치 크기와 화려한 연출의 휠은 물론 트로페오의 감성을 강조한 자리한 사이드 밴트, 레터링, C 필러의 마세라티 엠블럼 등 다채로운 부분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의 경우 일반적인 기블리 트로페오와 달리 마세라티의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인 푸오리세리에(Fuoriserie)’를 통해 노란색 디테일과 데칼 등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끝으로 후면은 곡선과 풍부한 볼륨감이 돋보이는 고유의 바디킷과 트렁크 게이트를 더하고 마세라티의 레터링을 새겨 차량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더불어 후면 바디킷에도 노란색 디테일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대담하게 그려진, 드라이빙에 집중한 공간
기블리 트로페오의 실내 공간은 외형과 같이 ‘대담한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세라티 특유의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 그리고 센터 터널 등의 형태는 일반적인 차량들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재의 연출, 그리고 카본파이버의 적용은 물론이고 붉은색 스티치를 곳곳에 더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여기에 몇 년 전 적용되어 만족감을 높이는 새로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만족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새로운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능의 매력은 물론이고 ‘보는 즐거움’ 역시 더했다. 실제 이전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여기에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기능적 가치 역시 높아 만족감이 높고, 스마트폰과의 연계도 우수했다.
여기에 차량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 다만 타 브랜드의 사운드 시스템보다 ‘만족감’은 내심 아쉬웠다.
1열 공간은 그 동안의 기블리가 보여줬던 것처럼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블리 자체가 워낙 긴 전장, 그리고 긴 휠베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이와 함께 스포티한 감성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시트가 더해져 공간 가치가 더욱 높다.
2열 공간의 경우에는 강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실제 도어 안쪽에 마련된 공간과 시트의 디자인과 디테일, 착좌 시의 만족감이 무척이나 뛰어난 모습이다. 다만 레그룸의 협소함, 그리고 루프 실루엣으로 인한 헤드룸이 다소 낮은 건 감안해야 한다.
끝으로 적재 공간의 여유 역시 충분하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 아래에는 500L의 적재 공간을 갖춰 일상에서의 충분한 여유를 제시한다. 이와 함께 공간 자체의 구성 역시 상당히 깔끔히 구성되어 있어 그 활용성이 우수한 모습이다. 다만 공간의 마감은 내심 아쉬웠다.
580마력의 강렬한 퍼포먼스
기블리 트로페오의 보닛 아래에는 ‘페라리의 붉은색’이 돋보이는 V8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580마력과 74.44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V8 3.8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은 언제든 강렬한 사운드와 ‘힘’을 발현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와 M-LSD를 적용한 후륜구동 시스템을 더했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4.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최고 속도는 326km/h에 이른다. 다만 효율성은 6.5km/L(복합 기준, 도심 5.6km/L 고속 8.2km/L)의 효율성을 감수해야 한다.
내연기관이 선사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기블리 트로페오를 충분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넉넉한 크기의 시트, 공간은 물론 큼직한 스티어링 휠과 카본파이버 제 패들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여유롭게 그려진 바깥의 풍경 역시 만족스럽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강력한 심장이 존재감을 드러내듯 제법 강렬한 사운드가 캐빈을 채운다. 다만 성능, 그리고 기대에 비해 다소 조용해 아쉬움이 느껴졌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블리 트로페오가 가진 성능이 탁월한 만큼 움직임은 거침이 없다. 실제 580마력과 74.44kg.m의 토크는 ‘어지간한 차량’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출력이다.
덕분에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 추월 가속, 고속 주행 등 어떤 상황에서도 ‘거침 없는 출력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배기 사운드 역시 RPM 따라 풍부한 볼륨감을 제시해 마세라티 특유의 ‘달리는 즐거움’을 한껏 과시하는 모습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렇게 강력한 성능의 차량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을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없는 모습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익숙해진다면 어느새 일상 속에서 손쉽게, 그리고 편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스스로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합을 이루는 8단 자동 변속기는 일반적인 마세라티의 그것과 동일한 셋업을 갖췄다. 덕분에 강력한 성능을 한층 능숙히 조율해 ‘일상 속의 편안함’을 선사해 ‘마세라티의 GT 성향’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거대한 패들을 통해 언제든 적극적인 수동 변속을 가능하게 만든다. 더불어 패들 자체도 다루는 ‘손 맛’을 제대로 구현해 주행의 즐거움을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블리 트로페오의 매력이 ‘강력함’에 한정되는 건 아니다.
실제 최근의 마세라티들이 전체적인 주행 질감이 개선되고 주행 편의성을 높였는데, 이를 기블리 트로페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기블리 트로페오가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 보여준 움직임, 승차감은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다.
서울 도심 속에서 기블리 트로페오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조작을 하는 건 말 그대로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외부의 소음도 능숙히 억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차량의 전체적인 승차감 등에서도 높은 가치를 선사했다.
자잘한 노면 변화는 물론이고 포트 홀,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도 이전의 마세라티와 비교한다면 확실히 개선된 대응 능력을 드러내 ‘만족스러운 주행’을 이어갔다. 게다가 장거리 주행, 장시간 주행을 할 때에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다.
참고로 기블리 트로페오에는 일반적인 스포츠 모드 외에도 ‘코르사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모드가 무척 인상적인 모습이다. 일반적인 스포츠 모드보다 한층 대담한 것으로 출력 제어는 물론이고 전방 충돌 경고 등과 같은 모든 보조 장치를 중단시켜 ‘주행의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 반응, 배기 사운드의 볼륨 등 각종 영역에서 더욱 대담하고 강렬한 모습을 선사한다. 말 그래도 ‘내연기관 차량이 제시하는 즐거움’을 보다 치명적으로 드러내는 이 모습에 ‘모든 주행’을 코르사 모드로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게 기블리 트로페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도 더욱 대담하고 강렬한 존재로 거듭났다.
좋은점: 폭발적인 사운드, 매력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
아쉬운점: 다소 협소한 2열 공간
로망으로 기억될 존재, 기블리 트로페오
전동화의 흐름이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주류가 된 지금, 기블리 트로페오와 같은 차량은 계륵, 혹은 시대에 뒤쳐진 차량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블리 트로페오는 말 그대로 ‘치명적인 수준의 매력’을 선사하는 차량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로망’으로 기억되고, 선망의 대상이 될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