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돕는 서방의 상업 정찰위성, 우리 군도 '상업우주전쟁' 준비해야

입력
2022.09.19 19: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걸프전쟁 때 GPS활용으로 시작된 우주전쟁
우크라이나 우주전쟁, 주역은 상업정찰위성
'자주정보' 달성하려면 우리도 변화 동참해야

첫 번째 우주전쟁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전쟁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30년 전의 걸프전쟁이며 두 번째 우주전쟁은 '상업우주전쟁(Commercial Space War)'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맥사와 프래닛 등과 같은 상업인공위성이 제공한 영상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활용했고, 일반인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TV 등을 통해 전쟁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상업위성은 러시아군의 배치, 이동, 활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영상을 제공했다.

이처럼 전쟁에서 상업위성의 정찰능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가기술 정보자산인 국가 인공위성의 정보 독점시대는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다. 여전히 국가 정찰위성의 성능이 우수하나 상업위성의 성능도 혁신과 기술발전을 통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인공위성의 원격탐사(remote sensing) 방식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광학과 적외선(EO/IR) 카메라 방식과 합성 개구면 레이더(SAR) 방식이 있다. 카메라 방식은 기후와 명암에 민감해 악천후나 야간에는 촬영이 어렵다. 반면에 레이더 방식은 기후나 명암에 상관없이 항시 촬영할 수 있다. 영상정보의 질은 해상도와 촬영방식 및 재방문 주기가 결정한다. 미국의 가장 막강한 키홀과 같은 정찰위성은 해상도 15㎝에 레이더(SAR) 방식의 원격탐사를 한다. 이전에는 국가 정찰위성만이 SAR방식을 채택했으나 지금은 상업위성도 SAR방식을 채택할 만큼 발전했다. 상업위성의 해상도도 최고 30㎝까지 개선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상업위성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우주의 총 위성 수가 2005년 801기에서 2020년 2,990기로 늘어났다. 202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약 5,000기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순회하고 있다. 미국 상업위성만 살펴보면 2005년에 200기, 2020년에 거의 1,200기, 2021년에는 2,519기로 급증했다. 당연히 위성산업 시장도 크게 확장되었다. 2021년 전 세계 시장규모가 1,180억 달러였다. 이 중 영상 관련 원격탐사 서비스 시장이 27억 달러에 이르렀다. 2027년 시장규모는 41억7,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미국의 군과 정보기관은 자체 우주정찰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정책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상업위성 능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미국은 기존의 정보·정찰·감시능력도 강하지만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 및 러시아와 우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교우위가 줄어들고 있어 상용위성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영상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정찰국도 맥스, 프래닛, 블랙스카이 등의 회사와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맥사가 32억4,000만 달러, 블랙스카이는 10억 달러를 수주했다.

상업위성이 국가 정찰위성의 임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는다. 상업위성은 비용이 저렴하고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군과 정보기관은 좀 더 중요한 정보·감시·활동에 집중하고 상업위성이 보완하는 역할을 하면 국가 차원의 총체적 영상정보 능력이 강화될 것이다. 상업위성의 영상정보는 우호국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적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부의 정보독점이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영상정보의 공개로 인해 국민 여론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군과 정보기관은 영상정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자주국방의 시작은 자주정보가 그 출발점이다. 우리 군은 독자적 정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425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군 위성 정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2024년까지 5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우리 군은 자체 정찰위성을 통해 높은 질의 영상정보를 확보하는 노력과 함께 향후 상업위성의 영상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