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문제로 지옥 같은 하루 보냈다"는 아이유의 반전...무결점 블록버스터급 공연

입력
2022.09.19 09:00
17, 18일 잠실 주경기장서 총 9만 관객과 호흡

대형 열기구가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았고, 수십 대의 드론이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객석은 시시각각 물감을 바꾸는 팔레트가 되었고, 무대 위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 사이로 14년간 쌓인 히트곡이 별처럼 쏟아졌다. 블록버스터 콘서트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3년 만에 팬들과 만났다. 17일에 이어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 마련된 대형 야외무대에 올랐다. 조용필, 방탄소년단, 이문세,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콜드플레이 등 정상급 가수만 오를 수 있는 무대로 국내 여성 솔로 가수 공연은 아이유가 처음이다. 이틀 모두 매진된 공연에는 총 9만 명에 이르는 관객이 모여 아이유의 흥행 파워를 증명했다. 18일은 그가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미아’를 부르며 데뷔한 지 14년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우리 나이로 16세였던 아이유는 올해 서른이 됐다. 14주년을 기념해 아이유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동복지협회에 1억 원씩 총 2억 원을 기부했다.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라는 제목에 맞게 오렌지 색으로 물든 노을 아래 무반주로 ‘에잇’을 부르며 등장한 아이유는 ‘셀리브리티’를 이어 부르며 3년의 갈증을 해소했다. 모두 팬데믹 기간 발표된 곡들이다. 그는 “’에잇’은 노을 질 때 부르고 싶었던 곡”이라며 첫 곡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동화 같은 무대 배경 영상과 함께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한 아이유는 ‘하루 끝’ ‘내 손을 잡아’ ‘좋은 날’ 등 히트곡을 4만여 관객과 함께 불렀다. 산울림의 곡을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는 ‘떼창’하는 관객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균형을 이룬 객석 풍경만큼이나 고음과 저음이 어우러진 떼창이 이색적이었다.

아이유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주요 대표곡인 두 곡의 ‘졸업’을 선언했다. 당분간 공연에서 부르지 않을 것이란 예고다. “’팔레트’는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25세 때 만든 곡인데 그 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요새 맞이하고 있어요. 이제 이 곡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 25세 지은이에게 남겨주려 합니다. (이전 콘서트에선) ‘좋은 날’의 3단 고음을 부르고 퇴장하곤 했는데 곡 순서가 정해져 있다 보니 비슷한 진행이 되더라고요. 좀 더 새로운 공연을 하려면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 이 곡도 당분간 공연에서 빠질 것 같아요.”

이날 공연은 국내 원톱 여성 솔로 가수이자 뛰어난 프로듀서, 작곡가, 기획자이며 칸영화제까지 진출한 연기자인 아이유의 역량과 자신감, 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3시간 반 동안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부터 곳곳에 배치된 오케스트라 연주,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무대 디자인, 각종 시각효과, 객석의 응원봉 연출까지 시청각적 호사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스트로베리 문’을 부를 땐 아이유를 태운 딸기색 열기구가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았고, ‘시간의 바깥’ 때는 수백 대의 드론이 아이유, 하트, 시계 등 다양한 형상으로 변신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본 공연을 마친 아이유는 왕관을 쓴 여왕으로 변신해 앙코르 무대에 올랐다. ‘러브 포엠’ 등을 부르며 공연을 무사히 마친 소회도 밝혔다. “공연을 못하게 되지 않을지 불안감에 떨며 두 달을 보냈어요. 보통 첫 공연이 더 어렵고 둘째 날은 익숙해지면서 긴장도 풀리는데 귀에 약간 문제가 있어 조마조마해 하며 공연을 준비했죠. 청력엔 문제가 없는데 귀를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1년쯤 이어지고 있거든요.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 좋아져서 오늘 리허설까지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어요.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다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우쭐하지 않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14년을 가보겠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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