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8일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을 두고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낸 ‘한반도 평화’ 메시지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를 통해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고,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축사는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과거 남북 간 합의를 언급하며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남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신뢰가 쌓일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8년 9월 19일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미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고,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를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를 ‘핵 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남과 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하며 비핵화로 가는 실질적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 남북 갈등을 상기하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냈다”며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만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고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