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의 영역은 무척이나 협소하다. 과거 일부 브랜드들이 왜건 모델을 선보이고, 최근에도 BMW와 포르쉐, 볼보, 푸조 그리고 제네시스 등이 ‘새로운 왜건’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주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그리고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왜건이 있다면 바로 볼보의 V60 및 V90 크로스컨트리를 떠올리게 된다. 지상고를 높여 ‘전통의 왜건’과는 거리가 있지만 특유의 구조로 ‘활동 범위’를 넓힌 차량으로 ‘다양한 차량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만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볼보의 중형 세그먼트, 60 클러스터에 속한 V60 크로스컨트리는 말 그대로 ‘균형 잡힌 체격’을 갖췄다.
브랜드의 소개에 따르면 4,785mm의 전장과 1,850mm의 전폭은 물론 2,875mm의 휠베이스를 갖췄다. 여기에 일반적인 세단 모델에 비해 소폭 높은 1,490mm의 전고, 그리고 한층 여유로운 지상고를 갖췄다. 공차중량은 새로운 파워트레인, AWD 시스템이 더해져 1,885kg에 이른다.
익숙함, 그러나 여전히 만족스러운 모습
지리 그룹에 속한 이후 볼보는 XC90을 앞세워 ‘브랜드의 새로운 변화’를 알렸다. 이러한 변화를 보다 상세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차량들은 ‘볼보 고유의 패밀리 룩’을 선명히 강조한다.
이는 60 클러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60 클러스터만의 ‘스웨디시 다이내믹’ 디자인 기조를 일부 채용되었지만 기본적인 구성, 연출 등에 있어서는 ‘익숙한 볼보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모습이다. 여기에 ‘차체 구성’에 따라 일부 차이를 보일 뿐이다.
단조롭지만 고급스럽게 돋보이는 프론트 그릴과 아이언 마크, 그리고 날렵하게 다듬어진 헤드라이트는 60 클러스터의 매력과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크로스컨트리 고유의 바디킷, 높은 지상고가 ‘견실함’을 더한다.
측면에서는 왜건의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길쭉한 보닛, 그리고 더욱 길게 그려지는 루프 라인과 매끄러운 차체는 우수한 균형감은 물론이고 ‘공간의 여유’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등장한 G70 슈팅브레이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후면에는 볼보 특유의 감성이 담겨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60 클러스터 특유의 트렁크 게이트 등이 더해져 균형 잡힌 크로스오버 모델의 감성을 제시한다. 참고로 전동화 기술을 더했지만 머플러 팁을 노출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여전한 볼보의 라운지
실내 공간의 구성, 그리고 구성 속에 담겨 있는 디테일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시승 차량인 V60 크로스컨트리 프로는 일반적인 볼보의 ‘인스크립션’ 트림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고, 이를 통해 ‘경쟁자 속에서 가장 뛰어난 매력’과 가치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가치만으로도 볼보의 차량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다.
따듯하면서도 안락한, 그리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대시보드 및 각종 요소들은 만족감을 높이며 디지털 클러스터와 큼직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능의 매력 역시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최신의 SKT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으나 기존의 것으로도 다채로운 매력을 누릴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블루투스, 오디오는 물론 안전 및 편의 사양에 대한 다양한 기능을 보다 직관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해 그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게다가 동급 최고 수준의 옵션이라 할 수 있는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의 가치 역시 크게 느껴진다.
실내 공간 역시 준수한 모습이다. 마사지 기능을 품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기능적으로 구성된 시트와 함께 만족스러운 레그룸과 헤드룸이 공간 가치를 높인다. 탑승 시에 소재의 질감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체형을 가리지 않고 ‘맞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을 누릴 수 있다. 1열 시트와 같이 고급스럽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시트를 통해 탑승자를 반긴다. 특히 헤드룸이 넉넉한 점은 ‘왜건’의 매력일 것이다.
적재 공간의 여유는 탁월한 수준이다. 실제 529L의 적재 공간을 제공해 다채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2열 시트가 분할 폴딩을 통해 더욱 넉넉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수동식 간이 격벽이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으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전동화의 가치를 품은 파워트레인
볼보는 최근 전동화의 기조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고, 이는 기존 포트폴리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V60 크로스컨트리 역시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을 품었다. 25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내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4마력과 4.1kg.m의 토크를 내는 10kW 전기 모터가 8단 기어트로닉, AWD 시스템과 합을 이룬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6.9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고, 다채로운 주행 환경에 보다 능숙히 대응할 수 있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9km/L(도심 8.7km/L 고속 12.0km/L)로 준수한 모습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멀티 플레이어
단도직입적으로 ‘V60 크로스컨트리’ 자체는 데뷔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차량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질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크로스컨트리라는 장르 자체의 매력 덕분인지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을 살필 수 있었다. 게다가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적용으로 기존 T5, T6 사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숙함 역시 이목을 끌었다.
전동화의 힘을 더한 ‘성능의 매력’ 역시 확실하다. 25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가솔린 터보 엔진, 그리고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하는 구조는 대중들의 만족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추월 성능 등 ‘출력이 필요한 상황’에 능숙히 대응한다.
게다가 언제든 최적의 힘을 더할 수 있는 전기 모터의 개입 덕분에 ‘주행의 질감’ 자체가 쾌적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발진, 재가속 등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출력 전개의 순간’이 사라지고 한층 상냥하고 쾌적한 출력 전개가 ‘주행 가치’를 높였다.
여기에 8단 기어트로닉 자동 변속기는 무척이나 능숙하고 합리적인 모습이다. 실제 파워 유닛과 조화를 이뤄 일상적인 주행부터 다양한 상황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어 시프트 레버를 전후 방향이 아닌 측면 방향으로 밀고 당기며 수동 변속을 하는 방법에 있다. 물론 차량의 성격상 수동 변속이 잦은 차량은 아니지만 사용성, 그리고 트림 구분을 위해 패들 시프트를 더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볼보의 차량들은 전통적으로 ‘신뢰도’를 앞세운 주행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극한의 환경을 마주하는 북유럽의 기후에 기반한 것으로 차량의 상태, 주행 상황 등을 보다 기민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승차감의 저하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일부 지역’ 혹은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과도한 질감으로 여겨졌다.
더 많은 시장에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최신의 볼보’는 숙제에 대한 ‘훌륭한 답’을 제시한 모습이다. 실제 이전의 볼보에 비해 한층 가볍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주행 내내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륜 서스펜션이 이전보다 부드럽게 반응해 전반적인 승차감을 개선했다. 실제 요철, 과속방지턱 등을 통과할 때의 질감이 한층 부드럽고, 충격으로 인한 소음도 줄어 ‘주행 만족감’을 대폭 높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신뢰도’를 잊지 않는 모습이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이나 혹은 순간적으로 충격이 도드라지는 구간에서는 한층 탄탄하고 나아가 터프한 질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덕분에 운전자는 한층 부드러운 주행 상황을 누리면서도 만약의 상황에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급작스러운 변화가 순간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적응의 시간’을 거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러한 매력 외에도 대담한 강점, 즉 편의 사양과 안전 사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기능 및 동급 최고 수준의 파일럿 어시스트 역시 마련되어 있어 ‘주행 중 만족감’을 더욱 높이고, 또 높이는 모습이었다.
좋은점: 전동화의 매력을 더한 파워트레인 및 한층 개선된 주행 질감
아쉬운점: 다소 높은 공간, 여전히 긴 대기 시간
여전히 훌륭한 대안,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프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어느새 ‘익숙해진 차량’이다. 그렇기에 최신의 차량만큼 시선을 끌거나, 이슈가 되는 차량은 아니다. 하지만 V60 크로스컨트리는 여전히 세단, SUV 등 다채로운 차량들을 대체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대안’임에는 분명하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