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처리도 불사"... 민주, '민생 입법' 명분으로 강공 드라이브

입력
2022.09.17 04:30
5면
추진력 강조하는 이재명색 묻어나
여야 간 협치 입지 좁아진 것도 배경
법사위·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변수

9월 정기국회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이 비장하다. 자체 선정한 20여 개 '민생 법안'은 필요시엔 과반 의석을 앞세워 단독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원내 1당으로서 입법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며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민생'을 명분 삼아 입법 독주 역풍은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양곡관리법 단독처리...입법 드라이브 신호탄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수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공언한 '22대 민생법안' 중 하나다. 정치권에선 의석 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남은 21개 법안도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국민의힘 설득이 어려울 경우 단독 처리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22개 법안 중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 경우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정한 22개 민생 법안 중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노인 기초연금을 현행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리는 '기초연금 확대법' △은행 이자율 산정근거 등 원가를 공개해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금리폭리 방지법' △가상자산투자자 보호법 △청년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주는 '청년구직활동지원법' 등 16개 법안을 논의하는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까지는 일방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추진력 강조하는 이재명 색깔 묻어나

이 같은 입법 드라이브에는 성과와 빠른 추진력을 중시하는 이 대표의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출마선언에서 "시급한 민생개혁 과제라면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국민이 맡긴 입법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런 것이야말로 속도전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해야 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 대표를 겨냥한 검·경의 동시다발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정 정국 속에 여야 협치 공간이 좁아진 것도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의 배경이 되고 있다.


법사위·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변수

다만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결실을 맺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회 상임위의 사실상 상원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데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민주당의 독주를 막겠다고 경고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여야 간 협치와 상생 정신을 저버린 채 각종 상임위원회를 단독 운영하고 법안을 날치기하고 있다"며 "원내수석은 국무조정실장에게 연락해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정부가 응하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민주당이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성택 기자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