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망의 허점을 메우는 법안들이 지난해 6월 이후 15건이나 발의됐지만, 1년 3개월간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횟수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의 처벌 양상 등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찍 법안 보완에 나섰다면 반복되는 스토킹 살인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발의된 15건의 법안 중 13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다. 이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1건뿐이다. 법안엔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원인으로 꼽힌 '반의사불벌'(피해자 동의 없이 기소나 유죄 판결 불가)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지난해 12월 7일 법사위 1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되고,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내용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에 대해선 법원행정처에서 "일본법에서도 반의사불벌죄로 돼 있었는데 나중에 삭제했다"며 찬성하는 뜻을 보였다. 회의 이후 같은 달 20일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당시 야당 내에서도 찬성하는 기류가 있었다.
그러나 1소위원회에선 "시행일이 두 달이 안 된 상태에서 이로 인한 조사나 기소까지 이르는 예도 봐야 할 것 같다"(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며 시간을 갖고 신중히 논의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민주당 의원들도 제안에 크게 반대하진 않았다.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부의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피해자보호법)이 아직 발의되지 않았으니 "그 법을 논의할 때 같이하는 것으로 하자"(송기헌 민주당 의원)는 식으로 정리됐다.
그런데 이후 국회가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을 논의하기까지는 283일이 더 소요됐다. 지난해 12월 1소위원회 당시 정부가 입법예고 중이었던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은 올해 4월 26일에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됐다. 여야 간 다툼으로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고 여성가족위원회에선 법안을 심사할 소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면서,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은 발의 150일 만인 16일에야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됐다.
그 사이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들은 실질적인 법안 심의 창구인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다뤄지지 않았다. 개정안들의 주된 내용은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에 내리는 '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가 법원의 사후 승인 절차 등으로 취소됐을 때 그 사실과 사유를 피해자에게 통지하게 하는 법안(양정숙 민주당 의원안)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지키지 않을 때 벌칙을 과태료에서 징역·벌금으로 끌어올리는 법안(이영 국민의힘 의원안) △긴급응급조치 승인 절차를 경찰→검찰→법원에서 경찰→법원으로 신속화하는 법안(한병도 민주당 의원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