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 왜 뺐냐" 항의에 한국사 연표 전시회서 '철거'

입력
2022.09.16 09:16
동북공정 논란 중국 국가박물관
한국 항의에 수정 대신 철거 결정
'동북공정 의지' 오히려 재확인


한국사 연표를 전시하면서 고구려·발해사(史)를 제외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은 중국 국가박물관이 연표를 철거키로 했다. 한국사 연표를 제공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연표 수정을 요구하자, 연표를 아예 전시회에서 빼겠다고 한 것이다.

16일 주한중국대사관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전날 중국 국가박물관으로부터 '동방길금-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 전시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한국·중국 수교 30주년과 중국·일본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전시회를 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 연도가 포함된 연표를 제공했으나, 중국 측이 자의적으로 고구려·발해 부분을 뺀 연표를 전시해 '동북공정' 논란이 일었다.

한국 외교 당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2차례에 걸쳐 "연표를 원래대로 복원하지 않으면 한국 전시품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 담긴 서한을 2차례 국가박물관에 보냈다.

중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연표를 철거키로 한 것은 한중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초 한국의 요구가 연표 철거가 아닌 고구려·발해사 내용 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겠다는 중국의 동북공정 의지가 되레 재확인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2004년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진 뒤 양국 외교 차관급 협의를 통해 "고구려사 관련 기술과 관련한 한국 측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간다"며 봉합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고대사를 다룬 박물관 등에서는 고구려와 발해를 '동북지역 소수 민족 지방 정권'이라고 소개하는 등 한국 고대사에 대한 중국의 자의적 해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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