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전희철 감독님처럼 되고 싶어요.”
올해 5월 서울 SK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김선형(34)이 구단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의 바람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구단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팀에 남을 수 있게 됐다”며 “문경은 전 감독님이나 전희철 감독님처럼 (영구결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더 ‘SK맨’으로 활약하게 된 김선형을 지난 8일 경기 용인 SK나이츠체육관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로 풀린 ‘빅6’(김선형 이승현 허웅 전성현 이정현 두경민) 중 유일하게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했다. SK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김선형에게 3년 계약에 첫 해 보수총액 8억 원을 내밀었고, 김선형은 2011년 프로입단 후 처음으로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그는 “(SK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의 함성이 항상 귓가에 맴돌 만큼 팬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SK를 떠난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며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올해 성적으로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디펜딩 챔피언’ SK의 차기 시즌 목표는 당연히 2년 연속 통합우승이다. 다른 팀들도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SK를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그러나 김선형은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전력이 좋아도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농구”라며 “다른 팀들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K는 좋은 성적을 낸 다음 시즌에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못 드는 징크스가 있다”며 “그래서 올해는 일단 6강안에 드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새 시즌 KBL리그는 FA 이적과 필리핀 선수들의 합류로 판도를 쉽게 점칠 수 없다. 김선형이 특히 신경 쓰는 팀은 전주 KCC다. 그는 “이승현과 허웅의 이적으로 팀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KCC를 평가했다. 또 “개인기가 좋은 필리핀 선수들이 들어와 리그에 재미 요소가 늘었다”며 “그들과의 매치업을 통해 나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K 군에 입대한 안영준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야전사령관'인 김선형은 이미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은 듯했다. 김선형은 “안영준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분명 그 부분이 아쉬울 수 있다”면서도 “최근 연습게임을 해보니 송창용, 허일영이 건재하고, 새로 팀에 합류한 홍경기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8일 열리는 2022 KBL컵대회가 차기 시즌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김선형은 “컵대회도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모의고사 성격으로 임할 예정”이라며 “우리 팀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실전에서 꼼꼼하게 점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평가 받고 있는 김선형이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현역 생활 마무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말뿐만이 아니다. 그는 철저한 몸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전희철 SK감독은 김선형에 대해 “시즌 전, 시즌 중, 시즌 후 인바디(InBody) 수치를 측정해 보면 체지방률이 한결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특별한 관리 비법이 있는지 묻자 그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점점 회복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대신 노련함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봐요. 여전히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도 있고요.”
김선형은 인성이 훌륭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내 행동이 경기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화가 나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격렬한 몸싸움이 빈번한 농구장에서 화를 자제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멘털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노래방에 가서 풀어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부터 트로트 가수 조항조의 ‘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출연 제의를 받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한 김선형만의 해소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