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이 EU 집행위원회(집행위)가 구글에 부과했던 약 6조 원 규모의 과징금이 대부분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집행위 측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 내 일반 법원은 이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018년 EU 집행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구글이 검색엔진의 지배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휴대단말기 제조사와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자에 불법적인 제한을 가했다는 위원회 결정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집행위는 구글의 경쟁 위반 혐의를 집중 조사해 2017~2019년 사이 모두 3건의 반독점 범칙금을 물렸다. 2년 동안 물린 과징금만 총 82억5,000만 유로(약 11조4,800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거론된 과징금은 2018년 내려진 것으로, 당시 집행위는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계(OS)를 남용해 경쟁법규를 위반했다며 43억3,400만 유로(약 6조300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집행위는 구체적으로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에 검색 앱과 크롬 브라우저 설치를 강제했고 △구글 검색 앱을 독점 사전 설치한다는 조건으로 일부 대형 제조사·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했으며 △제조업체가 구글에서 승인하지 않은 대체 안드로이드 버전이 설치된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을 막았다는 이유에서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과징금 액수를 기존보다 5% 줄인 41억2,500만 유로(약 5조7,400억 원)로 감액 조정했다. 하지만 이 액수도 독점금지법 위반 제재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구글은 지난해 과징금 관련 첫 번째 소송에서도 패소해 24억2,000만 유로의 벌금이 확정된 바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다른 국가의 규제 당국도 구글 등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 통신은 "EU 집행위의 결정 후 구글은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안드로이드 설치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한 일을 언급했다.
구글은 자신들의 경영 방식이 안드로이드를 무료 운영체제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관행이라며 EU의 결정이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를 완전히 무효화 하지 않아 실망이 크다"며 "안드로이드는 모든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유럽과 전 세계에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항소심에 불복해 EU 대법원인 ECJ에 상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