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손배소 항소심도 5·18 왜곡 인정

입력
2022.09.14 16:50

법원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한 민사 소송 항소심에서도 전 전 대통령 측의 5·18 민주화운동 왜곡 사실을 인정했다. 5·18 단체들은 "5·18 진상규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 최인규)는 14일 5·18 4개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5·18 단체들에는 각각 1,500만 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출판 금지 청구에 대해서도 회고록 중 왜곡된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를 금지하도록 했다.

1·2심 재판부는 회고록에 나온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 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일하게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장갑차 사망 사건' 내용 역시 허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1980년 당시 11공수여단 병사 2명이 후진하던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전씨가 시위대 장갑차에 군인이 숨졌다고 단정해 기술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현장에 있던 여러 계엄군의 진술에 비춰 보면 공수부대원이 계엄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인정된다"며 "이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할 당시 이 기록이 허위라는 인식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했다.

5·18 단체 등은 전씨가 2017년 4월 5·18을 비하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판했다며 저자인 전 전 대통령과 발행인인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3일 항소심 진행 도중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부인 이순자씨와 손자녀 중 상속 포기 절차를 밟지 않은 3명이 소송을 이어 받았다. 이에 5·18 단체들은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인 만큼 전씨 손자녀들에 대한 청구는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5·18 4개 단체는 판결 직후 "오늘 판결 결과는 전두환의 5·18에 대한 폄훼가 근거 없는 것이고, 허위 주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며 "이를 계기로 5·18에 대한 가짜 뉴스는 사라져야 하고 전재국과 이순자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판결 결과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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