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델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장정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ㆍ양현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B형 간염 표면 항원(HBsAg)이 소실돼 ‘기능적 완치’ 판정을 받은 1,443명을 대상으로 30년까지 간암 발생 여부를 추적한 결과다.
우리나라 B형 간염 유병률은 B형 간염 예방접종사업으로 인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B형 간염은 우리나라 간세포암(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B형 간염에 걸렸다가 치료되거나 면역이 생겨 표면 항원이 소실되면 이른바 ‘B형 간염 기능적 완치'로 진단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B형 간염 기능적 완치 후에도 일부 환자는 여전히 간암에 걸릴 수 있다. 이렇게 B형 간염 기능적 완치 후에도 병에 걸릴 수 있는 경우를 4가지 위험 요인에 따라 예측 모델화했다.
연구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면밀히 추적된 1,443 명의 B형 간염 표면 항원이 소실된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을 30년까지 추적 관찰하며 대규모 장기 코호트를 이용해 연구했다.
그 결과, △B형 간염 표면 항원 소실 당시 나이 △간경변증 유무 △중등도를 초과하는 음주(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초과) △간세포암 가족력 등 4가지 경우가 B형 간염 표면 항원 소실 후에도 간암 발생 위험 인자라는 것을 밝혔다.
이 4가지 위험 인자를 이용해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한 것은 물론 시간-의존 ROC(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곡선으로 5년, 10년, 15년 예측도를 평가, 각각 0.799, 0.835, 0.817이 나오며 예측도가 우수함을 확인했다.
ROC 곡선은 성능 평가 지표로 ROC곡선 영역이 0.8 이상이라면 우수한 성능의 예측 모델로 평가된다. 또한 예측 정확성을 확인하는 내부 검증(internal validation)에서도 유효했다.
이번 연구 결과, B형 간염 완치 후 과음(소주 기준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초과)을 계속하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2.57배로 급격히 상승했다.
또한 간암 위험은 10살 많아지면 1.79배 높아졌으며, 간 병변과 간암 가족력도 간암 위험을 각각 2.41배, 2.40배로 높이는 요인이었다.
장정원 교수는 “4가지 위험 요인에 바탕을 둔 간암 발생 예측 모델을 만들어 평가한 결과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며 “B형 간염 완치 판정을 받았더라도 간암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간암 감시 검사를 받고 금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