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구광모의 '신디자인 경영'...뉴욕 파슨스 디자이너들 LG AI와 손잡다

입력
2022.09.13 20:00
13면
초거대 AI '엑사원', 파슨스와 의상 디자인 구현
"협업 노하우 반영, 엑사원 디자인 플랫폼 고도화"
프리즈, 미국 구겐하임 등 기술-문화예술 융합 시도
구광모 "디자인, 고객 경험·감동 완성하는 과정"


"디자인은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LG가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디자인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뉴욕 3대 미술관 '구겐하임'을 통해 디스플레이 제품 우수성을 알린 데 이어 세계적 디자인 스쿨 '파슨스'(Parsons School of Design)와 함께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을 활용한 의상 디자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의 "차별화한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해선 디자인이 필수"라는 철학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LG AI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슨스 캠퍼스에서 'LG-파슨스 크리에이티브 AI 리서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I연구원는 파슨스와 3년 동안 엑사원을 바탕으로 디자인 및 예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함께 연구한다.



예컨대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의상 아이디어를 엑사원을 통해 이미지로 표현하는 식이다. LG는 이를 위해 창조적 디자인을 생성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인 '엑사원 아틀리에' 서비스를 개발했다. 엑사원은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 장 이상을 학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췄다. 엑사원이 만든 AI 아티스트 '틸다'는 이미 박윤희 의상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의상을 뉴욕 패션 위크에 선보이기도 했다.



김승환 LG AI연구원 비전랩장은 "엑사원은 단 하나의 문장을 입력해도 7분 만에 256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며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LG는 파슨스를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 디자인 스쿨 및 기업들과 협업해 디자인 플랫폼 고도화와 동시에 크리에이티브 AI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단순히 그림을 그려내는 AI가 아닌 디자이너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전문가 AI로 활약할 수 있게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며 "엑사원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중요성 강조한 구광모 회장, 문화예술 분야 지원 집중



LG는 파슨스뿐만 아니라 최근 눈에 띄게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5일 끝난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2'에 참가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구현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LG는 5월 미국에서 열린 프리즈 뉴욕에서도 NFT(대체불가토큰) 아트 창시자인 케빈 맥코이의 작품을 올레드 TV로 전시했다.

또 메트로폴리탄·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함께 '뉴욕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세계적 미술관 구겐하임과 파트너십을 맺고 AI,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NFT 등 LG의 갖가지 디지털 기술을 가지고 예술 분야를 연구할 수 있게 뒷받침하기로 했다.

LG의 이런 움직임은 구광모 회장의 디자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공"을 모토로 내세우며 "디자인은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을 향한 첫인상을 결정하고, 사용할 때 편리함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①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디자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조직(CX Lab)을 새로 만들고, ②디자인경영센터 인력을 보강했으며, ③디자인을 강화한 'LG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디자인 혁신에 열정을 보여온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이어 구 회장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담아 낼 수 있는 디자인이 제품에 반영되게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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