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통합 체계에서 추진하기 위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다. 그런데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방시대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돼 정부 위원회 내에서도 '여성가족부 지우기'가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통합법률안')을 마련해 14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나누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밀접히 관련돼 있지만,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이 분리돼 있어 추진 체계가 분산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통합법률안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방시대위원회의 전신 격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는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에선 제외된 점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정부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시군구청장협의회 대표자 등 당연직 위원 15명과 대통령이 위촉하는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비교하면 여성가족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되고, 자치분권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포함된 점이 다르다.
입법 예고의 주체가 정부조직법을 발의하는 행안부라는 점에서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앞서 위원회 조직에서도 여가부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지역에도 수많은 여성이 있고 지역발전에 여성이 해온 역할과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도 여가부를 뺀 것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여가부 패싱을 넘어 여성에 대한 패싱"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방시대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선 빠졌지만, 필요하다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어 여가부 배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여가부 장관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처럼 필요시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