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예산, 다른 위원회 5분의 1도 안 돼...유명무실 우려

입력
2022.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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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내년 예산안 88억9,100만 원
인권위의 21%, 개인정보위의 15% 수준
"윤석열 정부의 교육 홀대" 지적

중장기 교육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취지로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내년 예산이 다른 정부 위원회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교위는 법 시행 이후에도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데, 자칫 예산과 인력조차 뒷받침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국회에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국교위에 편성된 예산은 총 88억9,100만 원이었다. 인건비 29억5,300만 원, 기본경비 23억3,500만 원, 운영지원비 36억300만 원을 더한 액수다. 내년 교육부 전체 예산(101조8,442억 원)의 약 0.008%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른 정부 위원회와 비교해보면 국교위의 왜소한 덩치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원 281명에 내년 예산안은 일반회계 기준 492억2,300만 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원 250명에 예산안은 406억9,100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원 163명에 예산안은 585억2,400만 원이다. 예산을 비교하면 국교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21.9%,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15.2% 수준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직제 제정안에 따르면, 국교위의 공무원 정원은 31명에 불과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예산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 관계자는 "장관급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이 21명이고 전문위원이 87명인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직·정원·예산이 적다"며 "윤석열 정부가 교육을 홀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교위의 내년 예산은 법안 심의 단계에서 국회가 추계한 필요 예산 규모에도 못 미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발의한 국교위 설치법에 대해 분석하면서 연평균 예산 규모를 152억2,200만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의당은 국교위가 본래 도입 취지대로 교육 정책의 큰 방향을 정하는 기구가 되려면 조직과 예산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정책위 관계자는 "인원은 파견받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조직은 정부의 노력, 예산은 국회의 증액이 요구된다"며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도록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위원이 구성될 수 있게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교위 위원 21명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5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9명 중 7명, 교원단체 몫인 2명의 명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로 국교위 출범은 지연되고 있다. 교원단체 추천 몫 2명과 관련해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누가 더 많은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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