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로 다시 제로 코로나 '고삐'...불만·피로감 확산

입력
2022.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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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자치구 40일 넘게 봉쇄...뒤늦게 알려져
청두·선전 등 30여개 지역 봉쇄에 피로 누적
당대회 가까워지자 중국 방역 강도 높아져

중국이 '봉쇄'를 앞세운 '제로 코로나' 정책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언제 끝날 지 기약도 없는 고강도 방역에 중국 이곳저곳에서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내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의 방역 강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3일째 월병만 먹고 있다"...식량 부족 호소

12일 외신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신장자치구) 내 인구 450만 명의 '이리 카자흐자치주'는 지난달 초부터 40일 가까이 봉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대도시 봉쇄가 정부·언론 발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곳의 봉쇄는 SNS에 산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글들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 의혹으로 워낙 민감한 지역이다 보니, 중국 당국이 봉쇄 조치 발표를 조심스러워했던 탓으로 보인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도 음식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주민은 "제대로 된 음식이 없다. (정부가 제공하는) 음식 보급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식량 부족을 호소했다. "이리 지역 내 어느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다급한 물음부터 "3일째 월병(중국인들이 중추절에 먹는 전통 과자)만 먹고 있다"는 불만도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주민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음식·의약품 부족은 물론 여성용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봉쇄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자치구 인권 변호사인 라이한 아사트는 "경제 중심지 상하이의 경우 (지난 4~5월 당시) 봉쇄에 대해 항의할 수 있었던 반면 이곳 사람들에게는 현 상황을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담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장자치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시가 강한 탓에 봉쇄로 인한 고통조차 대놓고 호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청두와 선전, 다롄 등 30여 개 지역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 달 넘게 일일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발생하고 있는 데 따라 봉쇄 지역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봉쇄 연장된 청두...불안과 절망"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 강화에 내부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구 2,100만 명의 청두 민심에 주목했다. 청두시 당국은 지난 1~7일 도시 봉쇄를 실시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100명 안팎 아래로 떨어지지 않자 8일 '사회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 정책은 봉쇄·통제 구역 밖에서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도시 봉쇄보다 강도가 낮지만,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매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외출이 어려워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상하이도 처음에는 일주일만 봉쇄한다고 했다가 무기한 연장됐다"며 "이에 청두 주민들은 불안과 절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두 달간 봉쇄를 겪은 상하이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옳다'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되레 완강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증권사 중 하나인 화타이증권은 지난 7일 "코로나19 신종변이 치명률이 독감보다 낮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당국의 검열로 곧바로 삭제됐다.

내달 20차 당대회를 앞둔 시기에 자칫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잘못됐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내달 당대회를 전후해 방역 강도를 낮출 경우 시 주석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제로 코로나 정책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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