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좋아하는 꽃과 마지막 여정 시작…조문객 75만명 몰릴 듯

입력
2022.09.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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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명칭은 '유니콘'… 시민들 '추모 행렬'  
19일 런던서 국장 후 남편 필립공 곁으로
장례식에 인파 운집 예상...테러 등 대비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면을 위한 '마지막 여정'에 올랐다. 오는 19일 장례식이 엄수될 때까지 그는 영국을 돌며 고인을 기리는 많은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의 장례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5만 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장으로 치러지는 장례... 英 "많은 사람이 기리길"

12일 영국 왕실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國葬)으로 거행된다. 영국에서 국장이 치러지는 것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별세 후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장례식 당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여왕을 기릴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왕이 눈을 감은 곳은 스코틀랜드 북동부 밸모럴성. 런던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숨을 거두면서, 장례 절차도 이에 맞춰 진행됐다. 영국 왕실은 이런 상황에 대비, 관련 계획을 '유니콘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짜두고 있었다.

평소 즐기던 꽃으로 장식된 관... 대중에 유해 공개

여왕의 시신은 11일 오전 밸모럴성을 떠나 280㎞가량 떨어진 에든버러의 홀리루드궁으로 운구됐다. 여왕의 시신이 놓인 참나무관은 스코틀랜드 왕실 깃발로 덮였고, 그 위에는 여왕이 좋아했다고 알려진 흰 헤더, 달리아 등으로 만든 화환이 가지런히 놓였다. 에든버러로의 여행은 6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여왕과 만날 수 있도록 운구차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했다.

여왕의 시신은 12일 오후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옮겨졌다. '왕가 전용도로'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은 '로열 마일'을 통해서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엔 왕위를 이어받은 아들 찰스 3세 부부가 동행했다. 바리케이트(울타리)가 설치된 도로 양옆은 일찍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고, 이들은 여왕의 마지막 길을 뜨겁게 배웅했다.

성 자일스 대성당에서는 왕실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장례 예배가 진행됐다. 여왕의 유해는 이후 24시간 동안 일반에 공개된다.

13일 오후 여왕은 런던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여정에 오른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는 웨스트민스터 홀로 이동한다. 웨스트민스터 홀에 도착한 여왕의 시신은 장례식 전날인 18일까지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18일 오후 8시에는 여왕을 기리기 위한 묵념이 영국 전역에서 1분간 진행된다. 영국 총리실은 12일 "고인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침묵이 행해지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여왕의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19일 오전 11시 엄수된다. 여왕의 결혼식과 대관식이 거행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장례식 이후 여왕은 윈저성 안에 있는 성조지 교회로 이동, 지난해 4월 별세한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에 든다.


英정부 "많은 추모객 예상... 하루 기다릴 수도"

영국 정부는 여왕 장례식에 75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7년 다이애나비가 숨졌을 당시 모였던 조문객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조문 대기 줄은 최장 8㎞까지 늘어서며, 대기 시간은 20시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국 정부는 조문 관련 주의사항도 발표했다. 필요에 따라 도로가 통제될 수 있으며, 유해 알현을 원하는 이들은 소지품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발표문에서 "유해를 보길 원하는 사람은 대기 줄에서 몇 시간 또는 하루를 기다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전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