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과 9월 내내 한반도에는 커다란 비가 몰아쳤다.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와 역대급 위력의 태풍 '힌남노'가 연이어 닥쳤다. 빗물은 길과 하수도를 따라 흘렀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물이 고여 집과 가게, 주차장과 거리가 침수됐다. 비가 그치고 나서야 피해의 이유가 드러났다. 반지하 주거지역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위험을 떠안다 희생됐다. 안전보다 개발이 먼저인 땅에서는 맨홀 뚜껑이 날아간 자리에서 한 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매뉴얼을 무시한 무책임한 안내로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간 이들은 생사 확인을 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폭우와 태풍은 이러한 희생의 배경일 뿐이다. 희생의 진짜 원인은 소외와 개발주의, 그리고 매뉴얼의 부재다. 도시침수라는 재난에 대한 대비는 넘치는 강물과 바닷물을 막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수도와 도로 위의 물을 안전하게 흐르게 해야 하며, 위험한 지역은 이기주의를 넘어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소외와 개발주의의 피해는 비가 내리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가 그친 후 재해와 재난이 끝난 듯 보이는 자리에는 수해쓰레기가 남아 있다. 수해쓰레기는 수해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말한다. 이 쓰레기들은 젖은 상태여서 재빨리 건조시켜 처리하지 않으면 악취와 벌레, 수인성 전염병을 퍼뜨릴 위험이 있다.
게다가 그 처리마저 쉽지 않다. 재난은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수해쓰레기의 양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다.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가 끝난 후, 해당 지자체들은 환경부의 '재난폐기물 안전관리 지침'(2013, 2017)에 맞춰 임시적환장(재활용품을 처리업체로 보내기 전 임시로 모아 두는 곳)을 마련해 쓰레기를 말렸다. 쓰레기를 분류·선별한 후 평상시의 쓰레기 처리와 별개로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거나 민간소각장에서 소각했다.
그러나 수해쓰레기를 비롯해 생활쓰레기를 수거조차 하지 못한 지역도 있었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변에 위치한 성남시였다. 음식물 쓰레기와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는 폐기물종합처리장과 차고지가 침수됐다. 특히 지난달 8일 밤에는 가정과 상점가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를 운반하는 트럭 300대 가운데 250대가 침수되는 바람에 생활쓰레기 수거가 중단됐다. 11일 밤에야 긴급히 수리한 차량 60여 대가 복귀하면서 총 110여 대가 작업을 재개했지만 수거·운반 능력은 평상시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대형폐기물 집하장도 침수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지난달 28일까지 대형폐기물 수거가 이뤄지지 못했다.
두 시설은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필수시설이다.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혐오시설로 여겨진 탓에 성남의 변두리 하천변 공유지에 위치하게 됐고, 관련된 위탁업체들도 근처에 몰려 있었다. 마땅한 방수시설 없이 몰려 있기 때문에 동시에 침수됐고, 생활쓰레기 수거부터 음식물쓰레기와 대형쓰레기의 처리까지 중단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자치단체가 공개한 수해쓰레기의 주된 처리 방법은 매립처분이었다. 서울(강남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동작구,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과 경기(안양시, 광주시, 광명시)의 일부는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를 매립했다. 서울시는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달 8일 수도권매립지공사에 쓰레기 반입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12일 관악구, 동작구, 서초구, 영등포구가 매립지에 쓰레기를 반입했고, 13일 강남구, 구로구, 금천구, 송파구가 추가로 반입했다. 18일까지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공사에 요청한 쓰레기는 약 1만1,200톤이었는데 이 중 약 4,410톤(약 39.3%)만 매립됐다.
2025년부터는 수도권에서 건설폐기물의 매립과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이 차례로 금지될 예정이다. 매립 금지를 불과 2년여 남긴 시점에서 수도권 수해쓰레기의 39%가 매립됐다는 점은 2025년 이후에 대한 대책이 부재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환경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직매립 이외의 처리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상태다.
자치단체들이 매립에서 제외된 약 6,790톤(약 60.6%)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지자체가 민간소각장과 위탁 계약을 통해 소각하는 것이다. 일례로 약 2,000톤의 수해쓰레기가 발생한 경기 양평군은 매립 없이 민간 소각장과 위탁계약부터 했다.
소각은 매립 다음으로 다량의 쓰레기를 단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고, 쓰레기가 열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권장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민간소각장 이용은 소각장 인근의 환경 문제를 낳는다. 소각장들이 특정 중소도시들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청주(6개 업체, 1,495톤), 안산(5개 업체, 725톤), 시흥(2개 업체, 477톤), 천안(5개 업체, 448톤)은 전국 75개 민간소각장의 소각가능 용량(8,589톤) 가운데 약 37%인 3,145톤을 차지한다.
특히 청주에서는 소각시설에 따른 위험이 가시화됐다. 북이면 지역에 민간소각장 6곳 중 3곳이 있는데, 최근 10년간 암이 발병한 인근 주민 수가 60명이 넘었고, 31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여기엔 소각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연관관계가 있다면 쓰레기 처리를 맡긴 다른 자치단체나 사업자들도 역시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쓰레기 처리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위험을 다른 지역에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집중호우는 자연재해지만 인위적 재난이기도 했다. 재난을 피하거나 재난에 대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쓰레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몇몇 지역에서 처리장과 운반트럭이 침수됐고 도시의 쓰레기 처리가 마비됐다. 기존 지침이 고려하지 못 했던 새로운 상황에 대한 준비해야 한다. 예정된 변화에 따른 개선도 필요하다. 그동안은 매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지만 직매립 금지를 앞둔 만큼 미봉책에 불과하다. 커다란 비는 다시 내릴 것이다. 매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처리도 위험을 외주화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다른 지역에 떠맡기는 소각은 빨리 중단돼야 한다. 쓰레기 발생 지역에서의 자체 처리가 우선이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민간 소각장 인근 주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지속적인 유해물질 배출 모니터링과 건강영향평가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