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찐팬' 다 모였네... 3년만에 열린 팬 축제 갔더니

입력
2022.09.10 09:14
애너하임서 열린 D23 엑스포 현장
엘사·크루엘라·팅커벨 코스튬 집결
부모·자녀 함께 모여 세대 넘은 공감


"엘사, 정말 멋지다. 널 인정할 수밖에 없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와 똑같은 옷을 입은 여성이 또 다른 엘사를 마주치자 반갑게 외쳤다. 칭찬을 기다렸다는 듯 두 번째 엘사는 "고마워, 너도 진짜 멋져"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이곳에서 처음 만난 게 분명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치켜세우며 금방 친구가 된 듯했다.

이날 엘사들의 근처엔 크루엘라도, 팅커벨도, 영화 스타워즈 속 레아 공주와 빌런 카일로 렌도 있었다. 코스튬을 한 이들 중엔 중년들도 적지 않았다. 여기 모인 사람 누구도 이들의 분장을 신기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박수치고 환호하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곳은 3년 만에 열린 디즈니 최대 팬 행사, D23 엑스포다.


3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 최대 팬 축제

D23 엑스포는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전 세계 디즈니 팬들을 위해 격년으로 애너하임에서 여는 행사다. "전시뿐 아니라 콘서트, 쇼핑, 주요 사업 전략 발표, 새 콘텐츠 공개 등 디즈니의 모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디즈니 측은 설명한다. 원래대로라면 작년에 열렸어야 할 이번 엑스포는 팬데믹 여파로 1년이 미뤄졌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애너하임은 1955년 7월 17일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이자 첫 디즈니랜드가 있는 곳이다. 엑스포 장소인 컨벤션센터는 디즈니랜드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디즈니 공식 팬클럽만 구매할 수 있는 엑스포 티켓은 하루 89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7월 말 모두 동났다. 이날 언니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40대 애나씨는 "다행히 3일권을 구입해 왔다"며 "나에게도 큰 돈이지만 이번에 못 오면 2년 동안 못 오지 않나"라고 했다.


'1937년생' 백설공주부터 디즈니 역사 총망라

9일 개막 직후 찾은 엑스포에선 그야말로 '디즈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었다. 엑스포장 안엔 크고 작은 부스들이 줄지어 들어서 세계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대형 부스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 막대한 팬을 보유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영화 속 의상들이 전시돼 눈길을 사로 잡았다.

스타워즈 부스를 지나니 한 부스에 관람객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라이언 킹, 겨울왕국 등 뮤지컬로 재탄생한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들의 뮤지컬 예고편을 가상현실(VR) 기기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5분짜리 영상을 만나기 위해 팬들은 20여분 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부스는 모든 관람객이 좋아할 듯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한 편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서다. 부스 가운데 둥근 기둥엔 1937년 처음 공개된 '백설공주'부터 올해 개봉 예정인 '스트레인지 월드'까지 디즈니가 내놓은 애니메이션들이 공개 연도 순서로 새겨져있었다. 부스를 찾은 한 부녀는 각자 자신이 본 애니메이션을 짚어가며 몇 개인지 서로 자랑하고 있었는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엑스포에서 관람객을 만나기 위해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애너하임으로 돌아온 게 있다. 디즈니의 창립자이자 미키마우스의 아버지, 월트 디즈니가 타던 비행기 '더 마우스'(The mouse)다. 더 마우스는 월트 디즈니가 1963년 구입한 뒤 직접 이용한 비행기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개 전 외부 재도색과 창문 교체 등을 거쳤다. 엑스포를 찾는 월트 디즈니의 오랜 팬들에겐 특별한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디즈니와 협업한 선글라스, 티셔츠, 텀블러, 화장품, 배지 등을 엑스포에서 판매 중이다. ABC, ESPN, 채널 디즈니 등 디즈니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TV 채널뿐 아니라,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주요 콘텐츠들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전시장 안팎에선 신작과 굵직한 전략 발표 등 행사도 만날 수 있다.


올해 D23 엑스포는 현지 시간으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간 열린다.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디즈니는 이번 엑스포를 시작으로 1년 내내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등 해외 팬들을 위해 유튜브 등을 통해 주요 발표 순서와 이벤트가 생중계된다.

애너하임=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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