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 명절…낮 기온 높아 ‘식중독’ 주의해야

입력
2022.09.08 20:34
100도에 끓여도 죽지 않은 식중독균도 있어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시기가 빨라 식중독 사고 발생 위험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연휴 기간 낮 최고 기온이 25~29도로 높아 미생물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하고 며칠간 보관하면서 가족들이 모여 함께 먹으면서 재료 손질에서 보관까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음식물 섭취로 인한 세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달걀은 껍질도, 껍질 만진 손도 씻어야

달걀은 조리하기 전 껍질을 잘 씻어 사용하고 껍질뿐 아니라 껍질을 만진 손도 반드시 깨끗이 씻어야 한다. 명절에 전을 부칠 때 많이 소비하는 달걀에는 살모넬라균이 서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모넬라균은 동물의 장(腸)에 기생하는 병원성 세균으로 특히 달걀 껍질에 서식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달걀 껍질에 붙어 있던 살모넬라균이 가열 단계에서 죽지 않거나, 달걀 껍질을 만진 손, 조리 도구 등을 통해 감염돼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중독이 생기면 설사ㆍ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심하면 혈뇨, 콩팥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채소도 식중독 원인

익히지 않은 채소에 서식하는 대장균도 식중독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식중독 원인의 식품 중 채소류가 67%로 가장 많았다.

병원성 대장균은 고온 다습한 여름에 주로 집중해 발생하지만 낮 기온이 높고 한 번에 많은 식재료를 다루는 추석에는 식재료 관리에 소홀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익히지 않고 채소를 섭취할 때에는 염소 소독이 가능한 식초 등을 이용해 채소를 5분 이상 물에 담근 후 3회 이상 세척해야 한다. 또 채소를 곧바로 먹지 않는다면 상온에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 치명률 50% 달해

비브리오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은 굴ㆍ회 등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세균에 오염된 해수 및 갯벌 등에서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국내 비브리오패혈증 발생 현황에 따르면 매년 50건 정도로 특히 감염 발병의 70% 이상이 8~10월에 집중되고 있어 이 시기에 더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에 감염되면 발열ㆍ혈압 저하 등이 발생하고 환자의 3분의 1 정도에서 저혈압이 동반된다.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에 피부에 발진ㆍ부종ㆍ수포 등이 생기는데 다리에서 주로 발생해 확대되는 것이 특징이다.

박윤선 교수는 “비브리오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의 치명률은 50%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특히 만성 간염, 간경화 등 간 질환자나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끓인 음식도 상온에 보관하면 안 돼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감염증’은 뚜껑을 덮어 상온에 보관하는 음식에서 주로 증식하는 세균으로 인한 감염이다. 퍼프린젠스 식중독균은 공기가 없는 조건에서도 잘 자라고, 열에 강한 포자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식중독균은 80% 이상 고온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는데 반해, 퍼프린젠스균은 100도에서 끓여도 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다.

박윤선 교수는 “명절 동안 대량으로 끓인 국, 고기 찜 등을 실온에 방치하면 가열 과정에서 살아남은 균이 깨어나 증식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