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가공할 위력의 슈퍼 태풍이 더더욱 자주 발생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해수면의 뜨거운 수증기를 양식으로 삼아 성장하는 태풍의 특성 때문이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10일 신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근미래(2021~2040년)에는 탄소배출량과 상관없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1.0~1.2도 오른다. 동시에 해수면 고도는 10~11㎝ 상승하며 표층 염분은 실용염분단위 기준 0.05psu 줄고, 유속은 3.3~3.4%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즉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물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해수면 고도가 오를 뿐만 아니라 염분이 줄고 유속은 빨라지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다양한 여파를 부르는데 초강력 태풍의 잦은 발생도 그 중 하나다. 태풍의 양식은 수증기 응결 때 나오는 잠열이고,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이 돼야 태풍이 발생할 만큼 바닷물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의 태풍은 상대적으로 차갑고 얕은 우리나라 인근 해역쯤 와서는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이런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태풍이 한반도까지 오면서 계속 세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더 키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추석 전 남부지방을 할퀸 제11호 태풍 '힌남노'만 해도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한반도까지 북상했다.
아울러 해수면 고도 상승이 맞물려 태풍 접근 시 해일 피해 우려까지 커졌다. 즉 앞으로는 슈퍼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함과 동시에 피해도 이전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경우 먼 미래(2081~2100년)는 더욱 암울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해당 연구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때(저탄소 시나리오)와 감축 노력이 없는 경우(고탄소 시나리오)로 구분해 먼 미래 상황을 예측했는데,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1.8도, 고도는 28㎝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4.5도 오르고 고도는 66㎝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과 더불어 제방을 높게 쌓는 등의 대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최선의 방법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겠지만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라면서 "댐을 만들거나 제방을 높이는 등 예산 투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