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행보로 추석 귀성길 인사에 나선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역에 방문해 추석 귀성객을 만나는 등 '추석 민심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역에 나가 귀성하는 시민들과 만나 인사하는 등 스킨십 행보를 이어갔다.
통상 여야는 매해 명절을 하루 앞두고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길 인사를 해왔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이 시기, 민심 판도가 바뀔 수 있어 선거 전 명절 정치권의 귀성길 인사는 흡사 선거운동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치권 귀성길 인사가 매년 반복되다보니 일종의 '공식'도 암암리에 생겼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보수 정당들은 주로 서울역,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정당은 주로 용산역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서울역에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을 두루 관통하는 경부선이, 용산역에 민주당 텃밭인 광주, 나주, 목포 등을 지나는 호남선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추석 연휴 둘째 날인 9월 19일, 당시 대선 경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서울역을 나란히 방문해 귀성길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추석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휴 첫날 서울역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촉구' 시위에 나섰다. 황 대표는 피켓만 든 채 별도의 공개 발언 없이 1인 시위를 1시간가량 이어갔는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인력도 배치됐다. 황 대표는 코로나19가 한국에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설 연휴에도 심재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서울역에 나가 귀성인사를 건넸다. 이때는 하태경 당시 새보수당 책임대표, 유승민 의원도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는데, 한국당 지도부와 인사 시간이 달라 이들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유한국당 당대표 시절인 2017년 추석, 서울역으로 귀성 인사를 나갔다. 당시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이었던 주호영 의원 역시 서울역에서 귀성객들과 인사했다.
민주당은 올 추석처럼 명절이면 용산역을 주로 찾았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지도부와 용산역을 찾아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6년과 2017년 추석 당 지도부와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했다. 2016년 귀성길에 '추미애의 추석 편지'란 공보물을 배포했던 그는,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추 대표 자신의 얼굴, 대선 공약을 넣은 주사위 보드게임을 나눠주기도 했다. 2015년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용산역에서 귀성길 시민들을 만났다. 2014년에는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용산역에 나가 시민들에게 정책홍보물을 나눠줬다.
이 공식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특히 민주당은 동진(東進) 전략의 일환으로 영남 귀성객을 겨냥한 귀성 인사를 종종했다. 이해찬 전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여론이 갈린 2019년 추석,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도 서울역과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명절 인사를 건넸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친 2020년 추석에는 여야 모두 역을 찾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귀성 인사를 대신했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남대문시장, 성동구 환경미화원 간담회 등으로 추석 일정을 대신했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남 구례를 방문해 수해 복구 현황을 점검했다.
정당 지도부의 귀성 인사에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2020년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앞두고 용산역 귀성인사를 진행하자, 이에 항의하는 장애인 인권단체가 몰려들면서 15분여 만에 행사가 종료됐다. 진중권 광운대 겸임 교수는 국민의힘이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진행 도중 '이번 추석 귀성길 인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갈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진행자 발언에 "추석 기분 잡칠 일 있나", "국민에 대한 폭력"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