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 찬성하는 초·중 학부모 14.3% 불과

입력
2022.09.12 09:00

현 중1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찬성하는 초·중학생 학부모가 1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교사들의 절반 이상이 '고교학점제 정책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학부모에게도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일보와 종로학원이 지난달 전국 초·중생 학부모 561명에게 고교학점제, 외국어고 및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먼저 고교학점제 도입에 찬성한 학부모는 80명에 불과했다. 반대한다고 답한 학부모(22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반대 의견은 40.8%였으며, 중립 의견 비율은 44.9%였다.

찬반 이유를 살펴보면, 고교학점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학생의 관심과 성향에 맞는 심화교육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것 같다'는 응답이 66.7%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 맞는 교육제도로 과도한 상대평가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응답은 28%를 차지했다.

찬성 이유가 2가지에 쏠려 있는 반면 반대 이유는 다양하게 나왔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 같다'는 응답이 19.9%로 가장 많았고, '정보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18.9%), '너무 복잡하고 학교의 준비 미흡, 교육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18.9%), '지역 여건, 학교 상황에 따라서는 선택의 폭이 적고 양질의 수업이 불가능할 것 같다'(13.9%), '인기과목 쏠림 등 부작용과 대입, 내신 등 학습방향에 혼선을 유발할 것 같다'(8.5%), '사교육이 더 심해지고, 입시경쟁만 더 심화될 것 같다'(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학부모들은 ①준비 미흡 ②지역·학교 간 격차 ③대입 혼선 등을 이유로 고교학점제에 반대하는 셈이다. 이는 특목·자사고나 상위권 학교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란 예상과 맞아떨어진다.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특목·자사고(51.2%), 상위권 일반고(24.1%)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교학점제로 내신 변별력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에는 상대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 수능 방식 중 하나로 거론되는 서술형 주관식 평가에 대해서는 49.6%가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고 폐지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65.8%가 반대했다. '어학영재 등 문과의 우수한 학생도 과학고처럼 육성해야 한다'는 이유가 48.6%로 가장 많았고, '진로와 개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고교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20.8%로 뒤를 이었다.

자사고 폐지에도 68.8%가 반대했다. '우수한 학생들끼리 경쟁해서 더 발전할 수 있고, 공립과 달리 특색있는 고교가 필요하다'(37.4%), '고교선택 자율화'(30.5%), '일반고 교육 수준 불신'(11.9%) 등이 주요 반대 이유로 꼽혔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7월, 고교 교사 1,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 교사의 52%는 고교학점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답했고, 82.3%는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온라인고교'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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