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8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JPL)를 방문한 적이 있다. JPL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비롯해서 최근까지 미국의 주요한 행성 탐사 위성들을 개발한 연구소이다. JPL은 NASA의 여러 연구소 중의 하나이면서도 운영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에서 하고 있다. JPL은 화성, 토성, 목성 등 태양계의 주요 행성을 탐사할 위성들을 직접 만들어 우주로 보내 성공적으로 운영해왔고, 태양권을 벗어난 보이저 위성들을 설계, 개발, 운용하고 있는 곳이다.
JPL의 시작은 1936년 프랭크 말리나, 잭 파슨스, 에드 포먼이라는 세 젊은이였다. 이들 중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학생은 프랭크뿐이었고, 나머지 둘은 과학 소설과 로켓을 좋아하는 동네 괴짜 젊은이들이었다. 세 사람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집 뒷마당에서 로켓 실험에 도전했다. 이들의 초창기 로켓 실험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고 여러 번 사람이 다칠 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자살 특공대'(suicide squad)라고 불렀다. 이 연구의 중요성을 파악한 지도교수 시어도어 폰 카르만이 이들을 정식으로 학교 연구소에 편입하여, '제트추진연구소'라고 이름 붙였다. 실제로 로켓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로켓 연구소'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1930년대 당시 로켓이라는 단어가 공상과학 소설 등에서 너무 남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기관은 설립 당시부터 비행기의 제트엔진이 아니라 우주용 로켓엔진만을 연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로켓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 군부는 이 연구소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연구소는 칼텍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지만, 형식상 거액의 연구비를 대는 물주인 미 육군 소속이 되었다. JPL은 오늘날 1년에 2조 원의 예산을 쓰고, 일하는 사람이 6,0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이제 막 태양-지구 간 중력안정점인 L1 라그랑지안 지점 근처를 지나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누리의 4.5개월 여정 중에서 매우 중요한 궤도 변경에 성공한 것이다. 달 궤도까지는 앞으로 3개월 남짓 남았다. 다누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달 착륙선과 로버를 보낼 예정이다. 다누리는 달 고도 100㎞ 상공에서 1년 동안 머무르는 것이 임무이고, 달 착륙선은 달 궤도에 진입 후 달 표면에 부드럽게 착륙해서, 달 표토층의 자원을 탐사하고 달의 부유 먼지를 촬영, 특성을 파악하는 등의 과학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달 이후 우리나라의 우주탐사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도전적인 우주탐사를 위해서 우리도 미국의 제트추진연구소 같은 독립적인 우주탐사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목적실용위성과 정지궤도위성 등의 실용위성 개발과 로켓 엔진 개발 등의 기존의 역할을 수행하고, 달, 소행성, 화성 등의 심우주 탐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JPL처럼 정부에서 지원을 받더라도 운영은 대학에서 하는 형태로 실험적인 임무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우주 탐사에 대한 자유도를 주어야 한다.
소행성 탐사, 화성 탐사, 우리별 1호 위성의 회수 등 다양한 우주 임무들이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첫 시험 주행을 마친 날, 과학자들이 미국에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표현했다. "과학, 희망, 비전을 가지면 국가로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주 개발이 실제로 수많은 아이들과 젊은 세대에게 꿈과 자부심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30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향후 우리나라 우주 개발 30년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심우주 탐사 시대를 맞이한 지금, 한국판 JPL 설립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