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하락할 것"... 추석 이후 집값,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입력
2022.09.11 20:00
[정치 말고 경제@추석 밥상]
대출금리 상승에 매수심리 감소 지속
하락장 우세 전망 속 일부 급매 따른 착시
갈아타기 할 때는 안 팔릴 위험 고려해야

편집자주

정치가 혼란스럽습니다.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과의 대화 주제로 여야 갈등과 혼돈을 올리긴 아무래도 불편하겠죠. 생활과 밀접한 경제 문제를 추석 밥상에 올리면 어떨까요. 금융과 예산, 부동산까지 실생활에 유용한 경제 현안을 골라 쉽고 재미있게 풀어봅니다.

금리가 치솟으며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어요. 강남을 비롯한 서울 전 지역도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부동산 비수기인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집값이 계속 떨어질지 혹은 오를지 주목됩니다. 집값 전망과 내 집 마련 적기, 전문가들에게 들어봤어요.

집값 계속 떨어질까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올해 연말까지는 부동산 매맷값이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어요.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들만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지금처럼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가격이 하락 안정화되는 추세로 매수심리가 극단적으로 약한 상황 속 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9%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나오면서 올해 말까지 하락 폭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하더군요.

전셋값도 떨어질까요?

전셋값도 매맷가와 마찬가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해요. 김효선 위원은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높다 보니 전세 보증금을 올리기보다는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에 월세 수요가 높아지고, 전셋값이 낮아지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어요.


얼마나 떨어질까요?

문제는 지금의 하락장이 소수의 급매 가격으로만 형성됐다는 점이에요. 전반적으로 호가나 평균 가격이 낮아진 게 아니라, 거래가 멈춘 상황에서 급매로 나온 매물들만 한두 건 거래되다 보니 통계엔 하락으로 잡힌다는 얘기예요.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일부 급매물만 고점에서 20%가량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지금은 급격한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어요. 우병탁 팀장은 "거래가 충분한 상황에서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수요가 있는 서울·수도권은 일정 수준 이상 크게 떨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어요.

하락세가 오래 갈지도 장담할 수 없어요. 가장 큰 변수인 금리가 언제까지 오르진 않을 테니까요.


지금 내 집 마련해야 할까요?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인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쉽게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했어요.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실수요자라면 지금과 같은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급매나 경매로 집을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어요. 매물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수요자에게 유리한 지금, 시기를 놓치면 내 집 마련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렵다는 거죠.

이에 반해 김규정 소장은 "내 집 마련이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현재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고, 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환경은 아니거든요. 김효선 위원 또한 "금리인상이 내년 상반기나 1분기에 멈추고,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있다면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 2분기까지는 금리와 매물 증감 추이를 지켜봐야 한"고 말했어요.

갈아타기 해도 괜찮을까요?

고준석 대표는 "상급지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어요. 매물이 나올 때 오를 때는 더 오르고, 떨어질 땐 덜 떨어지는 상급지로 지금 가야 한다는 거죠.

관건은 지금 사놓은 주택이 팔리느냐예요.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안 팔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먼저 판 다음에 사거나, 사고파는 거래를 동시에 진행하는 법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해요.


유의할 정책은 뭘까요?

내년 5월 10일까지 양도세 중과 조치가 유예되면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매물이 확 늘어날 수도 있어요. 시장의 매물이 늘어날지를 지켜보면서 부동산 전략을 짜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많아요.

향후 발표될 정부의 공급대책 세부안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정부는 지난달 16일 정비사업, 공공택지 등을 통해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10월부터 신규 정비구역 지정이나 신규 택지 발굴을 위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해요. 앞으로 나올 구체적인 입지와 시기를 따져보고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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