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재정·예산통'..."연금개혁 탄력 받을 듯"

입력
2022.09.07 19:00
관료 출신으로 안전한 선택한 윤 대통령
인사청문회 통과, 연금·건보개혁에 무게
"복지 정책 후퇴할 것"이란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4개월째 공석 상태였던 보건복지부 장관에 조규홍(55) 복지부 제1차관을 지명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조 후보자는 기획·재정 분야에서 주로 일한 '예산통' 경제관료로, 복지부 장관 발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재정 전문가인 만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등의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각에선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해 복지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점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를 거쳐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재정관리관을 지냈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연금·건보 개혁 이끌 적임자" 업무 연속성 중시

조 후보자 지명에는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가장 크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호영·김승희 두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탓에 권덕철 전 장관이 퇴임한 5월 25일 이후 복지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부 출범 이후 106일간 장관을 임명하지 못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복지부 업무는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차관 임명 과정에서 이미 인사 검증을 거친 만큼 인사청문회 벽은 무난하게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차관으로서 장관 대리 업무를 수행한 터라 부처를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때문에 대통령실은 '업무 연속성을 중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복지 분야 최우선 과제가 연금·건강보험 개혁이란 점도 크게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보건의료 전문가를 기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안정화하고 과학방역을 안착시킬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 착수 등 연금 개혁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연금 개혁은 윤 대통령이 공약한 3개 개혁 과제 중 하나다.

또 정부는 건보의 과도한 재정 지출을 개혁하겠다는 계획인데, 재정 전문가인 조 후보자가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는 2006년 복지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비전인 '비전2030' 입안을 총괄했다"며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건보 제도 개편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복지 관련 지출 줄이겠다는 뜻" 반발도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현 정부의 낮은 복지 인식을 보여주는 인사"란 비판이 나온다. 주요 인사를 기재부 출신으로 채우고 있는 데다, 복지를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조 차관이) 복지 업무를 다 익히기도 전에 갑자기 장관으로 올려 당혹스럽다"며 "윤석열 정부의 복지 정책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도 "사회 보장성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복지 철학이 없는 인사를 계속 지명하고 있다"며 "복지 관련 지출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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