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 가운데 핵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검찰은 2년 6개월을 수사하고도 소환 조사조차 못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기관의 봐주기로 인해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에 처했다며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여사의 허위경력·뇌물성 후원사건까지 포함해 진상규명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7일 발의했다.
특검법은 성안까지 과정이 험난하고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법사위와 본회의 논의에서 극한 대치가 불 보듯 하고 이를 피해 일방 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된다. 지금까지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추진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여건상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가 정치공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 추진이 제대로 된 수사와 의혹 해소를 위한 것이라면 잘못된 수사지휘 체계부터 바로잡는 게 먼저다. 김 여사 관련 수사는 검찰총장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장 지휘 아래 기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장 가족과 주변 사건에 대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결과다.
윤 총장 사임 뒤에도 후임 장관들은 물론 총장이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는 나아가 “검찰총장으로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도록 지휘하겠다”고 밝혀 한동훈 장관에게 사실상 지휘권 회복을 요청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에 야당도 동조하고 있는 만큼 한 장관은 수사지휘권의 왜곡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더구나 이 후보자는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지고 충실하게 수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수사까지 다짐했다. 수사지휘권 회복 조치의 시점도 총장 임명에 맞춰 하는 게 순리이겠으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