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북한서 구입한 탄약 사용 징후는 없어… 대북결의 위배"

입력
2022.09.07 07:53
17면
백악관·국방부·국무부 "러, 무기 구매 위해 북과 접촉" 확인
"향후 추가 구매 가능성도"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과 로켓 등 수백만 발의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구매하려고 추진했다는 사실을 6일(현지시간) 확인했다. 또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거론하며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제재 위반을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러시아가 구매 과정에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히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구매하려는 무기 규모에 대해서는 "우리 정보에 따르면 로켓과 포탄 수백만 발을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구매가 이뤄졌다는 징후는 없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해제된 미 정보 당국의 비밀 정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쓰려고 북한에서 포탄과 로켓 수백만 발을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이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ammunition)을 요청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정확한 무기의 종류와 수송 시기 및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라이더 대변인은 "현시점에서는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앞으로 추가로 북한군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번 건은 유엔 회원국에 북한 무기를 사지 못하도록 한 여러 건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이 이를 위반한 것에 대해 특별히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의 이런 설명은 러시아가 북한에 손을 벌릴 정도로 무기와 전쟁물자의 자체 생산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고, 그만큼 전황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서방의 수출통제 제재 등으로 핵심부품난에 직면했고, 국제 무역에서도 고립된 터라 자체 생산 능력이 저하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유엔과 국제사회의 수많은 제재를 받고 있어 유엔 결의 위반인 무기 수출을 한다 해도 더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요청한 게 처음이냐', '북한이 러시아에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게 뭐냐'는 등의 질문에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을 자제하면서 "우리가 아는 정보는 러시아가 북한과 접촉했다는 것으로 그 이상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이란으로부터도 군사용 UAV(무인항공기)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이들 상당수가 결함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